김정길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인 이은혜씨가 배정숙씨에게 청문회에 대비해 위증을 요구했다는 것과 관련한 의혹은 18일 이씨에 대한 옷로비 특검팀의 소환조사로 하루만의 해프닝으로 끝났다.당초 이씨의 위증요구 의혹은 17일 최병모 특별검사가 취재진에게 녹음테이프 압수사실을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최특검은 이날 『제3의 인물이 배씨에게 「연정희씨와 정씨는 (옷배달시기를) 12월26일로 하기로 얘기됐으니 26일을 유지하자」고 전화한 녹음테이프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18일 오전 이씨가 특검사무실에 소환되면서 「제3의 인물」이 이씨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오후들어 양인석 특별검사보가 『이씨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힘에 따라 실체없는 소문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씨에 대한 조사에서 연씨와 배씨가 이씨에게 여러차례 전화해 옷배달시점이 19일이라는 이씨의 주장을 묵살하고 26일임을 주지시킨 점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씨가 위증교사 혐의를 벗은 대신 연씨와 배씨의 위증교사 혐의가 추가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런 사실은 『연씨가 옷배달 날짜를 26일로 할 것을 요구했다』는 기존의 정일순씨 진술과도 맥이 닿는다는 점에서 연씨에 대한 의혹은 불어나게 됐다.
더욱이 특검팀은 정씨의 의상실 장부조작 사실을 근거로 국회청문회에서 연씨가 옷배달시점을 거짓 증언했다는 성과를 올린 바 있어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위증부분에 있어 연씨에게 불리한 정황은 이날 특검팀이 국회에 제출한 수사자료에서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연씨는 국회청문회 당시 지난해 12월 나나부티크에서 250만원어치 옷을 구입했다 반납했다고 증언했으나 조사결과 1,000만원상당의 옷을 500만원에 할인해 구입했다』고 밝혔다.
만일 옷값에 대한 연씨의 허위증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단순히 위증혐의에 대한 사법처리 차원을 넘어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고급옷로비의 실상이 벗겨질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이형자씨를 제외한 연씨, 배씨, 정씨가 국회청문회 이전 최소한 한차례 이상 옷배달시점에 대해 입을 맞추려했고 그 중심에 연씨가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게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결론은 기존의 검·경수사와는 방향 설정부터 달리한 특검수사가 오히려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비쳐질 수 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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