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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200여명 창립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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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200여명 창립총회

입력
199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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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의 왕따, 부엌데기로 천대 받아온 아줌마들이 사회의 진정한 「살림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을 뭉쳤습니다』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국걸스카우트연맹 강당에서 아줌마 200여명이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아나기)」창립총회를 갖고 「신(新) 아줌마 운동」의 깃발을 올렸다. 이 자리에 모인 「아줌마」들은 『수다와 무식, 그리고 염치없음』으로 규정지워지던 왜곡된 이미지를 단호히 거부하고 세련된 현대여성으로의 화려한 변신을 선언했다.

아나기는 김용숙(金容淑·48)씨가 8월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동명의 에세이를 낸 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순수하고 활동적인 아줌마 모임을 결성하고 싶다』고 밝힌후 동참의 뜻을 밝혀온 사람들로 만들어진 단체. 시·군청의 행정착오로 인해 잃은 땅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홧병에 쓰러진 남편을 간호하며 10년을 홀로 싸워 이긴 「억척어멈」 신흥순(申興順·53)씨, 가정과 남편밖에 모르고 살다가 이젠 사회를 위해 일해 보고 싶어 참여한 박정희(朴貞姬·48)씨 등 성격은 판이하지만 「아줌마」의 지위를 회복하고 싶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했다.

「신아줌마」가 되기 위한 이들의 활동은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겸허한 자기반성」과 「내공(內功) 수련」이다. 아줌마들이 푸대접받아 온 것은 스스로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자기발전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는 것. 우선 「버스에서 자리양보하기」 「경조사에 허례허식 추방하기」 「이웃과 인사하기」등 작은 실천으로 아줌마에 대한 이미지 개선운동을 펼치게 된다. 또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등을 통해 시대에 걸맞는 상식과 교양을 갖춰 아줌마들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2단계는 새로운 안목과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감시하는 것. 각종 민원서류제출 및 청원활동으로 시민의 권리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이 사회에서 소외당한 불우이웃에 대한 봉사활동 등 사회의 일꾼으로서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다.

회원들은 『아줌마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이 사회에 해야할 의무는 무엇인가 먼저 고민할 것』이라며 『이제는 아줌마란 호칭을 즐기며 가족들이 살기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껏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미경(李美卿·무소속)의원, 강지원(姜智遠)청소년보호위원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으며 가수 김흥국씨가 식후 축하공연을 가졌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아줌마 헌장

-우리는 아줌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산소같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 아줌마로 거듭난다.

-우리는 남의 어려움을 나의 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돕는다.

-우리는 사치와 외제를 좋아하는 아줌마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땅에서 공짜문화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

-우리는 일을 하며 환경 탓, 남의 탓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나와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항상 반성한다.

-우리는 남편과 가족들의 협조를 당당히 받는다.

-우리는 경제적 능력이나 전문지식이 없음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너교육, 정신교육, 컴퓨터교육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우리는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임을 증명해 보인다.

-우리는 「아줌마 헌장」을 준수 하지 않는 단원은 모든 단원의 이름으로 제명한다.

■김용숙 '아나기' 회장

『묵묵히 가족을 먹이고 자녀를 키우며 살림을 꾸려가는 어머니, 아줌마들이지만 사회는 이런 억척스런 살림꾼들에게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아나기)」의 대장 김용숙(金容淑·48·사진)씨는 자칭 「골목대장」 「깡패」라 부르는 열혈(熱血) 주부다. 경력도 다양해 탤런트, 스튜어디스, 남대문시장 상인까지 남들이 한번 경험하기도 힘든 직업을 두루 거쳤다. 올봄까지 참여연대 문화사업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이단체 시민모임인 작은 권리찾기운동본부의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시민운동가로 변신한 것은 세금 때문. 95년 옷장사가 망해 빚더미에 앉았는데도 8,500만원의 양도소득세 고지서가 날아왔다. 1가구1주택에 3년 이상 거주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부과대상도 아니었다. 억울했지만 관련세금도 다 낸 그는 3년 동안 국가를 상대로 변호사없이 재판을 벌여 승소했다.

김씨는 『스스로 교양과 봉사정신을 익혀 일그러진 아줌마들의 자화상을 바로잡고 자부심을 회복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다』고 창립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어 『아나기는 철저하게 현장을 뛰는 게릴라식 활동을 펼칠 것이기에 사무실이나 상근직원 없이 오직 인터넷과 E-메일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하고 회원자격도 「아줌마」이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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