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실시된 수능시험이 관리소홀로 재시험을 치르거나 수험생 일부가 시험을 포기하는 등 관리체제에 헛점이 드러나 수험생들과 학부모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영어듣기 시험의 경우 서울 236개 고사장가운데 13개 고사장에서 재시험이 치뤄졌으며 지방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속출했다.이날 오후 4시20분쯤 서울 성북구 미아동 영훈고에서 4교시 외국어 듣기시험중 스피커 잡음이 너무 심해 20, 25 시험실 응시생들이 『시험을 망쳤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감독관은 뒤늦게 재시험을 실시했으나 응시생 전체에게 고지되지 않아 60여명중 43명은 재시험조차 보지 못했다. 미아동 성암여자정보산업고에서도 잡음으로 32명이 듣기시험을 다시 봐야 했다.
전북 교육청에도 『잡음 때문에 제대로 듣기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는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의 항의전화가 수백통이나 빗발쳤다.
경기 부천의 김모씨(50)도 이날 『350~360점대의 아들이 시험장 스피커가 거의 들리지 않아 시험을 망쳤다』며 『듣기시험을 본지 한 두해가 아닌데 이런식으로 시험관리를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훈고에서 시험 본 재수생 박모(18)군은 『단어 하나하나가 안들릴 정도로 잡음이 심해 감독관에게 조치를 요구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흥분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고사장쪽에서 연락이 늦는 바람에 재시험 시간도 늦어졌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 수능시험을 다시 치러야 할 뻔한, 아찔한 사고까지 발생했다. 경남 거창교육청은 14일 시험지 839명분(자연계 수리탐구Ⅱ 2박스 960장)을 못 받고도 까맣게 모르다가 시험 당일인 17일 새벽 2시께야 확인, 부족분을 부랴부랴 공수받았다.
사건은 출제·배포·관리책임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박도순·朴道淳)이 문제지를 제대로 배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평가원은 14∼16일 문제지를 교육청별로 나눠준 뒤 경기 성남시의 인쇄·배포처에 두 박스가 남은 것을 시험을 몇시간 앞둔 16일 밤 늦게야 발견했다. 당황한 평가원은 시·도 교육청을 통해 문제지를 못 받은 지역교육청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거창교육청은 교육부의 확인지시가 왔을 때도 『아무 문제 없다』고 우기다가 이날 밤 10시께야 문제지가 모자란다는 사실을 확인, 경찰 헬기편으로 실어왔다. 또 부산에서는 고사장을 부산진·수영·남구 등 특정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바람에 교통이 마비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1,2교시 시험을 보지 못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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