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듯 하던 옷로비 특검수사가 옷가게 주인 정일순씨 구속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사건을 앞서 수사한 검찰이나 다른 권력기관과 갈등을 보인다면 모를까,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결정을 놓고 논란하는 것은 뜻밖이다. 특검팀 입장을 한편 이해하면서도, 진상규명 의욕이 앞서 특검목적 달성에 도움되지 않는 소모적 논란에 스스로 빠지는게 아닌가 걱정된다.온갖 일로 세상이 시끄러운 가운데 특검팀이 조용히 수사를 진척시킨 점은 높이 평가한다. 함께 출발한 파업유도사건 특검팀이 내분부터 일으켜 기대에 어긋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옷로비 사건의 가장 중요한「물증」을 직접 다룬 정씨를 집중공략, 호피무늬 코트의 배달·반납시기 등 검찰 수사결론을 뒤집는 진술을 얻어낸 것은 큰 성과로 볼만 하다.
검찰은 코트 배달·반납시기는 법적의미가 없어 무리하게 왜곡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검찰총장 부인이 98년 12월26일 배달된 코트를 사흘뒤 발견했으나 연말연시가 끼어 99년 1월5일 되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뇌물취득 의도가 없었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을 상기하면, 정씨의 특검진술은 의미가 크다.
코트 보관기간이 열흘이나 늘어난 것은 물론, 사직동팀과 검찰 등이 거짓진술을 하도록 작용한 의혹이 대두한 때문이다. 특검팀은 정씨가 매출장부를 조작하면서 98년을 99년으로 잘못 적은 것을 검찰과 사직동팀이 무시한 사실까지 밝혀냈다. 검찰과 국회 청문회가 밝히지 못하거나 왜곡한 진상에 접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법원이 정씨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마냥 시비할 일은 아니다. 관련자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소명이 부족하며, 청문회 위증혐의는 국회고발이 없어 수사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판단은 그대로 존중해야할 근거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법원을 마치 수사에 악의적 걸림돌인양 비난하고, 수사내용을 공표해 여론에 호소하려는 움직임은 사리에 어긋난다.
특별검사는 기존 형사사법체계의 예외적 제도지만, 사법절차와 원칙에서마저 벗어난 특별한 지위를 누릴 수는 없다. 특검은 단지 검찰을 대신할 뿐, 법원의 우월적 판단권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특별검사제의 진정한 목적은 진상규명에 앞서 정치는 물론 여론과도 독립해 통상 사법절차와 원칙에 충실한 수사를 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진상규명은 엄밀히 말해 사법부에 맡겨진 몫이다. 옷로비 특검팀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 의연한 자세로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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