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선거구제론자들이 일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16일 국민회의의 한 중진인사는 전날 3당총무가 합의한 「선거법합의처리」합의문에 대해 자민련등 여권내부에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자 이렇게 쏘아붙였다. 선거구제 협상을 앞두고 여권내 갈등이 표면화 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여권 내부에서는 당선가능성 등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선거구제에 대한 입장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립구도는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당선이 힘들다고 보는 영남권인사들과 소선거구제가 공천 및 당선에 유리한 호남 및 충청권의 여당의원들간의 갈등.
공동여당에 몸담고 있는 영남출신 인사들은 중선거구제에 정치적 장래를 걸고 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박철언(朴哲彦)부총재가 대표격이다.
청와대측에서는 경북출신인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과 부산출신인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이 중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다. 김정길수석이 16일 박태준총재와의 전화통화에서「선거법합의처리」문구가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인 11월30일까지만 유효하다는 해석에 맞장구를 친 것은 당연하다.
11월30일까지 선거구제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이후에는 중선거구제를 단독처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놓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에 반해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나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총무는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에 관계없이 선거법을 합의처리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야협상창구로서 선거법 단독처리의 부담을 안지 않겠다는 측면도 있지만 텃밭출신으로서 은근히 소선거구제 유지를 희망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총재는 지난 9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국민회의측의 중선거구제 관철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표출했고 김대통령은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 등을 불러 설득했다는 얘기도 있다.
선거구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여권에서 갈등이 증폭될 개연성도 있다. 자민련의 충청권의원들은『중선거구제 법안을 내놓으면 뭐하나, 결국 안될텐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내 초·재선의원과 호남출신 중진의원가운데도 중선거구제 반대론자들이 많다.
원래 중선거구제 선호론자였던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직계들의 입장을 고려해 어쩡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제문제가 공동여당의 합당여부와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어 조만간 김총리도 선거구제 갈등 회오리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