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점에 이르는 문화재가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채 대학박물관이나 연구기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물로 지정된 불교경전 두 점은 행방불명 됐고, 보물 철조불상이 금동불상으로 바뀌어 원형이 심하게 훼손되는 등 유물관리에 큰 구멍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최근 문화재청에 대해 문화재 보호 및 보존관리 실태를 특감한 결과 적발된 81건의 위법사례는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국민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올 들어 정부조직의 슬림화 추세 속에도 예외적으로 문화재관리국이 문화재청으로 승격되었으나, 문화재 관리가 여전히 소홀하다는 지적은 크게 실망스럽다. 2003년 개관 예정인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번듯하게 소장할 만한 명품이 모자라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판인데, 그런 한편에서는 보물인 불상(422호 선원사 철조여래좌상, 667호 한천사 철조여래좌상)이 원형까지 뜯어고쳐지는 문화재 파괴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문화재청은 1960년 이후 대학박물관 등 48개 발굴기관이 305개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 16만4,979점을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은 채 자체 보관하고 있는 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한 대학은 64년부터 10년 동안 우리의 대표적 구석기시대 유적지인 충남 공주군 석장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물 5만1,493점을 발굴완료 신고도 하지 않은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이 보관기관을 표본조사한 결과, 금속 문화재 800여점 가운데 절반 정도가 보존대책이 갖춰지지 않아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는 일단 훼손되면 복원이 불가능해지므로 문화재로서 의미도 퇴색한다. 문화재의 훼손을 막으려면 전국에 있는 국립박물관별로 수장고라도 빨리 증축해야 한다. 발굴기관에서 제 것인양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들을 그 수장고로 귀속시켜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발굴조사기관의 유물 현황을 확인·분류한 후 국가에 귀속시키거나, 그럴 가치가 없는 유물은 발굴기관이 학술연구 자료로 활용하게 해줘야 한다. 또한 아직도 태부족한 보존관리를 위한 학예직 인력을 보충하여 「문화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000년대에 대비해야 한다.
수장고도 못 짓고 보존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면 더 이상 발굴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개발을 위한 각종 공사 중 문화재가 출토되면 발굴을 안할 수도 없긴 하나, 우리에게 충분한 발굴보존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차라리 매장상태 그대로 자연에 맡겨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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