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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1) 정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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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1) 정전기

입력
1999.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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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남녀는 평소 느끼지 못한 경험을 한다. 우연히 손길만 스쳐도 짜르르. 「우리 둘 사이에는 전기가 통해!」 하지만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겨울철엔 보기 싫은 사람과도 전기가 흐르니까.겨울철에는 치마가 위로 말려 올라가고, 머리를 빗거나 옷을 벗을 때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으며, 자동차 열쇠를 꽂다가 깜짝 놀란다. 이 모든 것이 전기와 같은 현상, 즉 정전기(靜電氣)다. 정전기는 말 그대로 전압은 있되 극히 짧은 거리만 이동, 전류는 거의 없어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화물질이나 민감한 전자제품에는 심각한 피해를 입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조차 뒤에 금속체인을 달고, 전자공장에선 접지밴드를 차고 있다.

전기적 쇼크를 느끼는 정도는 개인차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건조해지는 노인들은 정전기 피해를 더 많이 호소한다. 남녀에 따라서도 다르다. 남자는 약 4,000V 이상이 돼야 느낄 수 있지만 여자는 약 2,500V만 돼도 전기적 방전을 느낀다. 정전기에는 여자가 더 민감한 것이다.

정전기는 마찰할 때 잘 생긴다. 원자 내부의 전자가 마찰에 의해 다른 물질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과 빗이 마찰하면 전자가 튀어나간 머리카락은 양, 빗은 음이 되어 인력이 작용해 서로 잡아당긴다. 수분은 전하를 띠는 입자들을 중성으로 만드는데 겨울철엔 습도가 낮아 더욱 정전기가 많다.

전자는 물체의 간격이 2.5×10의 -8승만 돼도 이동할 수 있으므로 열쇠를 꽂을 때처럼 접촉만으로도 생긴다. 게다가 뾰족한 물체는 작은 관에서 물이 빨리 흐르듯 더 쉽게 전하를 이동시킨다.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들고 있다가 벼락을 맞아 사고를 당하는 예와 같다.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의 탈레스가 귀부인들의 장신구에 먼지가 붙는 원인을 생각하며 연구하기 시작한 정전기. 오늘날에는 포장용 폴리에틸렌 랩이나 복사기, 정밀 도색등 산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랩이 그릇에 달라붙고 복사기의 잉크나 도색염료가 묻는 것등이 모두 정전기의 인력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던 누군가와 전기가 통하는 멋진 기분은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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