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요즘, 주가(株價)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한 주요한 잣대 중 하나다. IR(Investor Relations, 투자홍보전문가)라는 신종 분야가 최근 기업내에 급속히 확산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기업의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줘 주가라는 상품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일을 하는 겁니다』 국내기업 중 최초로 외국인 IR전문가로 발탁된 외환은행 피터 손(43·영국) IR팀장이 설명하는 IR의 역할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라자드브라더스에서 소위 「잘 나가는」 금융맨이었던 손팀장은 83년 처음 한국에 왔다. 브라더스사가 지분을 갖고 있던 한국종금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계 카르증권 서울지점장 등을 거치는 등 한국의 금융 및 증권분야의 베테랑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외환은행에 영입된 것은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긋던 6월. 『지난해 코메르츠은행에서 자본을 끌어들여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데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있다고 판단했죠』 외환은행이 「주가가치 극대화」라는 전략의 하나로 기획관리본부 내에 IR전담팀을 신설하면서 팀장을 맡아줄 것을 제의했을 때 그가 기꺼이 받아들인 이유다.
그가 태어난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아직 체계화하지 못한 IR는 국내에서는 더욱 낯선 분야인 것이 사실. 손팀장은 『특히 경영진들이 IR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게 한국 기업들의 현실』이라며 『IR 책임자가 최고경영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래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금융장벽이 많이 사라지는 등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성숙해졌다』고 덧붙였다.
행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손팀장은 얼마전 외환은행이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실패하자 본인의 책임인양 면목이 서질 않았다. 그는 『주가가 저평가돼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수개월 내에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투자자들에게 은행의 충실한 메신저가 돼 IR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데 조그만 역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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