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불확정성의 원리」로 현대 물리학의 세계관을 바꿔놓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 그의 「부분과 전체」(1969)의 서문 첫 구절인 이 말은 『사람이 무엇을 관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을 이론입니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과 종종 비교된다.
「부분과 전체」는 20편의 대화록 형식으로 된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이다. 열아홉 살때 친구들과 나눈 「원자론과의 만남」이라는 대화에서부터, 60세가 넘어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칼 폰 바이츠제커, 한스 페터 뒤르와 나눈 「소립자와 플라톤 철학」으로 끝난다. 그가 24세 때 당시 이미 세계적 석학이었던 아인슈타인과 나눈 대화는 다섯번째 편에서 펼쳐진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8월 6일 바로 다음날 바이츠제커와 나눈 「연구자의 책임에 대하여」라는 대화에서는 세계의 미래를 우려하는 하이젠베르크의 고뇌와 혜안을 엿볼수 있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물질을 구성하는 전자와 같은 소립자의 세계에서 그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다만 확률적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 즉 모든 물질은 밑바탕에 불확정의 요소가 있다, 세계는 불확실하다는 말이다.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하이젠베르크의 이 불확정성 원리는 바로 현대 과학의 양대 축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함으로써 기계론적 자연관과는 다른 비결정론적 세계관을 제시, 20세기 인류의 세계인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모든 것이 자연법칙에 의해 이미 확정돼 있다는 고전물리학의 신성한 원리가 폐기처분된 것이다. 양자역학이 없었더라면 트랜지스터도, 레이저도, 분자유전학도, 핵융합도, 컴퓨터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분과 전체」에는 하이젠베르크가 이같은 사상과 이론을 형성해가는 과정, 서른두 살에 노벨상을 받고, 히틀러 치하 독일 병기국 우라늄클럽 실무책임자였던 전력 때문에 구금되기도 했던 천재과학자의 인간적 면모가 생생하게 드러나있다. 『하루의 3분의 1은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3분의 1은 등산을 하고, 3분의 1은 괴테의 시를 외우는 생활을 했다』고 밝힌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폭탄 개발에 대해서는 『선을 위해서는 원자탄을 만들어야 하고 악을 위해서는 만들어서는 안된다. 도대체 누가 선과 악을 결정하는가』라고 고뇌하고 있다.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1901년 독일 뒤스부르크 출생, 뮌헨대 졸업 1925년 「불확정성의 원리」발표 1927년 라이프치히대학 최연소 교수 193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베를린대 교수, 막스플랑크물리학연구소장 등 역임 저서 「철학과 물리학의 만남」 「현실의 질서」 등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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