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서울 성동구 옥수동 H아파트 박처원 전치안감의 거처에는 박씨의 부인과 친척으로 보이는 2명의 여성만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박씨는 중풍 치료를 위해 수일전 집을 떠나 요양원으로 갔으며, 검찰직원들도 헛걸음 했다』는 말만 전할 뿐 문을 걸어 잠근 채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다. 이씨는 90년 전세로 이 아파트에 입주했으며 자제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웃 주민과 경비원들도 『5-6개월전까지는 병원치료를 받기 위해 집을 나서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지만 그 이후에는 박씨를 전혀 볼 수 없었다』고 전해 박씨가 극도로 외부출입을 자제했거나 다른 거처를 마련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민들은 『가끔 박씨의 부인만이 인근 한 아파트에 사는 딸의 집에 다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박씨의 안부를 물으면 「멀리 요양 가 있다」고 말할 뿐, 더 이상 밝히길 꺼려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고급 외제 승용차를 이용, 운전사와 여성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귀가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과거 치안감의 「풍채」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노쇄한 모습이었다. 심하게 몸을 떨며 두사람의 부축으로 간신이 차에서 내린 박씨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왜 함부로 찍느냐』며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기자들의 질문에는 당당히 대답하려고 노력했으며, 명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는 큰 소리로 말 해야 알아 듣고, 대답도 불완전한 발음에 더듬거릴 만큼 중풍증세가 심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대문을 잠그고 들어간 박씨는 오전 11시께 소환을 위해 파견된 서울지검 강력부 김민재(金敏宰)부부장검사 등 검찰직원 7명이 『지난주 금요일에 방문한 사람들』이라며 동행을 요구하자 『동행에는 응하겠지만 보도진 때문에 나가기가 어렵다』며 잠시 기다려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소환시기가 늦춰지자 오후 3시30분께 김부부장검사가 노트북PC를 들고 박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등 현지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씨의 동료이자 88년 12월 박씨와 함께 이씨의 도피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백남은(白南殷·64) 전경정은 경기 군포시 산본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본보의 내용을 대부분 확인했다. 백씨는 『88년 12월 박씨의 제안으로 도피를 설득하기 위해 이씨를 만났지만 박씨와 이씨가 나눈 대화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박씨가 이씨에게 도피자금을 제공하고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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