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회사에 대한 채권확보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시중은행들이 회사경영자의 가족들에게 연대보증을 받은 뒤 채무변제 압박용으로 사용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이수형·李秀衡부장판사)는 15일 지난해 부도난 ㈜삼익주택 전 대표이사 이종록(李鍾祿)씨의 부인 신모씨가 ㈜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연대보증계약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일은행이 신씨와 맺은 연대보증계약은 채권확보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데다 체무변제를 압박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체결된 만큼 선의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제일은행이 대표이사 등 경영자들에 대해 합리적인 채권확보책을 강구하지 않고 가족에게 연대보증계약을 강요한 것은 특정 대표이사의 가족에게까지 무한책임을 물리는 비민주적 발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85년 당시 삼익주택 대표이사였던 이씨는 회사가 제일은행에 1,446억여원 가량의 빚을 지는 등 재정사정 악화로 은행 관리를 받게 되자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했고 부인 신씨는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이후 신씨는 『회사가 부도날리 없으니까 형식적으로라도 보증서에 서명날인하라』는 강요를 받자 96년까지 매년 연대보증계약을 갱신했지만 지난해 9월 회사 부도후 제일은행측이 은행감독원에 의뢰,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자 소송을
냈다.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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