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투수」인 선동열선수가 요새 선수생활의 지속여부를 놓고 중대기로에 서 있다. 올해 38세, 한국야구에서 이미 「할아버지 선수」에 속하는 나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일본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당당한 386세대다. 그는 야구후배에게는 「꿈의 실체」요, 야구팬에게는 「빛의 증거」이며, 우리 국민에게는 「자부심의 징표」로서 존재해 왔다.하지만 그도 세월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는 법, 결단의 시기는 임박해 있다. 주역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용이 하늘까지 오르면 후회만 남는다는 말이다. 용의 「존재의 이유」는 승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처럼, 줄곧 정상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그는 지금 내려와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그의 현재 소속팀인 주니치는 이미 포기한 상태로 보인다. 본인은 아직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나 올해 이미 퇴조현상을 보였다. 해태도 선동열과 주니치의 눈치를 보고 있으나 내심 한 해 더 뛰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구단이 어렵다고 그를 총알받이로 쓰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여기서 국민과 더불어 감히 주문하고 싶다. 『정상에 있을 때 과감히 은퇴하라. 그리하여 대스타의 이미지를 역사와 더불어 영원히 간직하라』 이 길만이 그가 역사에서 영원히 사는 법일지 모른다. 그의 대결단은 우리 국민에게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특히 정권욕에 사로잡힌 노추한 정치인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이에 회사를 움켜쥐고 있는 욕심 많은 기업가 등에 일대 경종을 울릴 쾌거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결단코 원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추락해 보따리를 싸들고 돌아오는 실망스런 그의 모습을…. 돈 때문에 소화 안 되는 구단의 눈치밥을 먹으며, 이 팀 저 팀 옮겨다니며 값싸게 저울질되는 영웅의 모습을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연봉 20억원이 적은 돈이 아니지만 지금은 돈보다는 그가 지금까지 간직해왔던 명예를 지켜내는 일이 더욱더 소중하다.
그는 누가 뭐래도 20세기에 우리 앞에 온 큰 별이다. 그래서 그가 20세기에는 대투수로, 21세기에는 명감독으로 우리 국민과 영원히 함께 하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김두봉 역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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