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5·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씨는 최근 한통의 고지서를 받아들곤 어이가 없었다. 체납된 의료보험료를 빨리 내라는 독촉고지서였다. 김씨는 『4월이후 보험료 고지서를 받은 적이 없는데 느닷없이 체납했다며 가산금까지 부과해 독촉장을 보내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의보료 체납 독촉고지서」가 말썽을 빚고 있다.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지난 한달동안 의료보험료 체납자 450만여명에게 일제히 독촉고지서를 발송한 이후 체납자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자영업자인 지역가입자를 중심으로 『보험료 고지서를 받지도 않았는데 무슨 체납 독촉고지서냐』는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15일 의료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의보료 누적 체납액은 총 7,100억원. 이중 98년이후 지난 7월까지 체납된 보험료는 4,974억원으로 전체의 70%가 넘는다. 공단은 후자(後者)에 해당하는 가입자들에게 지난달 전국 161개 지사를 통해 한꺼번에 독촉고지서를 보냈다.
그러나 독촉고지서를 받아든 체납자들은 『억울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개월동안 보험료 고지서를 못 받았는데도 가산금을 더한 체납고지서가 웬말이냐는 반응들이다. 공단 본부와 각 지사에는 이같은 항의전화가 많게는 하루 20통 이상 걸려오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마켓을 하는 정모(50·여·서울 강동구 길동)씨는 『5월분 의보료 고지서가 안나와 이상했는데 이번에 가산금 5%가 붙은 독촉고지서가 갑자기 날아왔다』며 『공단이 가산금까지 받아내려고 일부러 고지서를 보내지 않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의보료를 1개월 체납하면 의보료의 5%, 3개월 10%, 6개월 15% 등의 가산금이 붙는 등 체납 의보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만원이상 고액체납자 등에 대해서는 자동차나 부동산 등을 압류한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지난해 10월 의보 1차통합(지역의보+공무원·교직원의보)이후 가입자들의 주소를 입력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의 주소를 빠뜨렸다가 다시 입력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빚어진 것이다. 또 체납액이 7,000억원이 넘는데도 통합 후 13개월이 되도록 독촉고지서를 불과 5차례 밖에 보내지 않아 상당수 가입자들이 보험료 납부를 까맣게 잊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의보료 금융기관 자동이체율이 29%에 불과한 사실이 말해주듯 공단측이 자동이체율을 높이는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고지서가 분실될 가능성이 큰 일반우편을 통한 고지를 고집하는 것도 「고지서 민원」을 유발한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보공단 전산시스템이 완료되지 않아 체납보험료 민원이 생긴 것 같다』며 『고지서를 잘못 받은 가입자는 즉시 해당 지사로 문의하면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현재 지역의보료 징수율은 92%로 통합전인 97년말 95.8%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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