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의 밑거름이고 토대입니다』대구육상경기연맹 이신일단장은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의 비중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빈말이 아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는 대역전경주를 거치지 않고는 누구도 마라토너가 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6.25전쟁의 참화가 가시지 않은 55년 대역전경주가 창설된 이후 45년동안 변치않는 육상인의 진리였다. IMF체제이후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8개 시·도팀이 노·소장 선수들을 이끌고 대역전경주에 참가한 것도 바로 여기서 선수들의 기량과 가능성을 점검하고 중·장거리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 45회를 맞은 올해도 형재영 백승도 이의수 등 한국마라톤을 이끌고 있는 기라성같은 마라토너들이 참가, 후배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올 12월과 내년초에 열리는 국내외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대부분 대역전경주를 통해 컨디션과 기량을 점검했다.
형재영은 『12월 요미우리마라톤대회때문에 부담이 되긴 하지만 전초전으로 생각했다』며 『이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형재영은 김천-대전구간의 제9소구간(세천-대전 7.8㎞)에서 소구간신기록(22분29초)으로 대전의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언제나 신예들의 등용문이었던 역전경주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서현수(음성고) 장신권(배문고) 민지홍(대전체고) 류충상(광양실고) 등 아직도 어린티를 벗지 못한 고교생들이 대선배들의 틈을 비집고 고개를 내밀었다. 특히 고교1년생인 충북의 서현수는 대회 첫날 제1구간(부산-경주) 제7소구간(10.1㎞)에서 소구간신기록(32분47초)까지 세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신예들의 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육상인들은 토로하고 있다. 중·장거리 육상의 저변이 침체돼 있다는 사실이 대역전경주를 통해 새삼스런 깨달음으로 다가온 것이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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