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기관의 공룡화에 대한 제동이 풀림으로써 세계 금융권의 판도에 일대 변혁이 예상된다.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2일 1929년 대공황 시절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가 서로 다른 시장에서 영업할 수 없도록 했던 제한규정을 폐지하는 금융개혁법안에 서명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전세계 경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번 조치는 불가피하다』며 『이 법안이 국내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에 근본적이고 역사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래스_스티걸법으로 불리던 제한규정은 거대 금융권의 집중 현상이 대공황을 촉발했다는 비판에 따라 제정됐었다. 은행, 보험, 증권 업종을 분리함으로써 거대 금융기관의 출현을 방지했던 이 법은 역으로 미 금융기관의 영세화를 자초했다. 특히 80년대 들어 유럽, 일본의 금융권이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미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상대적 열세를 면치못했다. 이에 따라 미 금융권 등에서는 글래스_스티걸 법의 폐기를 강력히 요청했으나 개정을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간의 입장차로 20년 가까이 논의 단계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정정에 지친 시장의 반란은 이어졌다. 98년 실정법을 뛰넘어 이뤄진 트래블러스 그룹과 시티 뱅크간의 시티그룹 탄생은 「글래스_스티걸법의 관(棺)에 마지막 못을 박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금융권 감독기관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합병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내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마라톤 협의 끝에 마지막 쟁점이던 지역사회재투자법안에 합의, 역사적인 금융개혁법을 성사시켰다.
대통령 서명으로 공식발효된 금융개혁법은 금융업종간의 장벽을 없앰으로써 「원 스톱(one stop) 금융 슈퍼마켓」의 출현을 가능케 해주고 있다. 즉, 한 업장에서 통상 은행업무와 보험, 증권 일을 함께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시(時)테크 효과뿐 아니라 수수료 인하라는 금전적 이득도 안겨준다는 장점을 갖는다. 대외적으로는 거대 금융기관의 출현이 세계 금융권에 지각 변동을 초래할 전망이다. 반면 일부 거대 금융업체에 대한 집중 현상으로 개인정보 유출 등과 같은 고객의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될 우려도 없지않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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