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정치와 미제정치」-듣기만 해도 흥미를 일으키는 책 제목이다. 미국 연방하원 3선의원을 지낸 김창준(金昌準)씨가 63빌딩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자 이회창 이만섭씨등 거물 정치인과 장관이 줄줄이 참석했다고 한다. 작년 4선 도전에 실패한 김씨가 얼마전 워싱턴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내년 한국총선 출마의사를 밝히자 국내 정가에선 흥미있는 반향이 일었다.■교민사회에서도 그의 국내출마를 놓고 말이 많다. 비판자들은 『이민자의 정착모델로 남아야 한다』고 출마를 만류한다. 이들은 만약 그가 한국정계로 간다면 『그래, 당신은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이었어』라며 미국인들이 한국계 미국인들에 대해 좋지않은 이미지를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상반된 견해도 없지 않다. 김씨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국서 쌓은 경험들을 고국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탁월한 정치적 재질을 타고 난 사람이다. 논두렁 정기라도 있어야 금배지를 단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논두렁 정기로는 어림없는 50만 선량이다. 이민 1세로 백인 중산층 밀집 선거구에서 연방의회에 진출한 것은 20세기 미국정치사에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재선직후 그의 의사당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책상위의 수북한 한글 결재서류를 보고 『한국의원 같네요』라고 하자 『한국의원이죠』라고 농담으로 맞받던 모습이 떠오른다.
■김씨가 지적한 대로 한국정치는 미국정치에 비해 낙후했다. 그러나 과연 그가 진흙탕 한국정치의 정화제가 될 수 있을까. 그가 한국정치의 가장 큰 비극인 봉건적 공천제와 지역주의의 도움없이 정계진출이 가능한지부터 의문이다. 84년 미 대선때 전설적인 팁 오닐하원 의장은 레이건과 맞서는 자당소속 먼데일 후보를 지원하며 『그가 당선되면 모국 아일랜드 대사로 공직을 마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민자의 모국에 대한 사랑은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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