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뒤로 가는 재정건전화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뒤로 가는 재정건전화법

입력
1999.11.15 00:00
0 0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나라 빚과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강력히 추진키로한 재정건전화 특별법안이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용역을 받아 조세연구원이 내놓은 시안(사실상의 정부안)이 지난주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터무니없이 약화돼 법령이 제정되더라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우리는 국가채무가 110조원에 달해 환란이전의 2배에 달한 가운데 정부가 늦게나마 심각성을 깨달아 관련법을 제정하려는데 환영하며 취지대로 법안이 제대로 마련되기를 촉구한 바 있다.

재정건전화 특별법에서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할 부분은 추가경정예산 남발의 억제다. 추경예산은 국회동의 없이 정부가 임의 편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이 정권차원의 시혜성 돈풀기나 정치권의 표밭의식등으로 인해 대책없이 무원칙하게 짜여져 나라 돈의 방만한 지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이번에 내놓은 시안에서 추경예산 편성의 요건을 나름대로 강화하려는 흔적을 보였다. 추경편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실업악화, 대규모 자연재해, 심각한 대내외 여건변화등 3가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게 당초 정부안이었다. 실인즉 이런 정부안도 「심각한 대내외 여건변화」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등 애매모호한 점이 많았는데, 이에 더해 당정협의에서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예외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여당측이 극구 주장해 새로 삽입된 예외조항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특별법의 취지를 완전히 흐트러뜨리는 것으로, 대체 재정적자 감축 의지가 있는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올해 2차례에 걸친 3조5,000억원의 추경예산중 90%이상이 서민생활 관련이라는 최근의 예를 비롯해 역대 추경예산 편성때마다 서민생활 보호라는 명분이 만능카드처럼 사용됐던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추경예산은 종전과 다름없이 사실상 제약없이 아무때나 편성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빚이 많은 지자체가 그 내역을 공표하도록 한 당초 조항도 당정협의에서 대폭 완화됐다고 한다. 결국 당정 합의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특별법은 유명무실하게 허울만 남는 빈껍데기가 된다는 점을 우리는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 국감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성토했던 정치권이 정작 대응법령 작업에서는 총선과 표밭등 당리당략에 매달리는 표리부동함을 보이고 있다. 눈가리고 아옹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법일바에야 아예 지금 손을 떼는게 낫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