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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박 前치안감의 '이씨 도피'및 '자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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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박 前치안감의 '이씨 도피'및 '자금지원'

입력
1999.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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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술자 이근안 전경감을 도피시킨 박처원 전치안감 등은 10년10개월동안 이씨의 도피행각을 조직적으로 도와주면서도 자신들의 신분을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박씨는 88년 12월 전 민청련의장 김근태(金槿泰)씨 고문사건으로 이씨가 전격 수배되자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24일 오전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도경 공안분실이 있는 수원으로 불러냈다.

그날 아침 박씨는 이씨의 부인 신모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한 부인으로부터 『신씨가 「내일 아침 남편(이씨)이 검찰에 자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전언을 들은 터였다.

12월24일 오후 박씨는 경기 수원에서 당시 치안본부 대공수사 1단 백남은경정, 김수현경감 등 현직 대공분야 경찰관과 함께 이씨를 만났다.

장소는 백씨의 승용차 안이었다. 그러나 이씨가 대뜸 공안분실로 가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직원들의 눈에 띌 것을 우려, 공안분실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도로에 차를 세운 뒤 박씨는 이씨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박씨는 이씨에게 『미안하다. 사건을 잘 하려고 하다 이렇게 됐는데 언론에 연일 보도되니 본부가 뭐가 되느냐. 일단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씨에게 도피를 종용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이씨는 결국 『좋다. 가족들을 잘 보살펴달라』는 말을 남기고 도피행각에 들어갔다.

당시 박씨는 『급해서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10만원권 수표 1장을 건넸으나 이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씨는 도피 이후 부산 등 기차여행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임대아파트, 동대문구 용두동 병원건물 전셋집 등에서 은신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다 95년5월 자신의 공소시효 및 향후 신병처리가 걱정되자 부인 신씨를 통해 박씨 집으로 편지를 보내 신병문제를 상의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신씨에게 『요즘 남편이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곤 했고 신씨는 『요새 몸이 좋지 않다』고 이씨의 근황을 전해줬다.

박씨는 97년 12월 이씨가 장기간 도피생활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결국 빚까지 지게 된 사실을 알고 신씨의 미용실로 전화를 걸어 신씨를 자신이 살고 있던 옥수동 아파트로 불렀다.

박씨는 100만원권 수표 15장을 신씨에게 건네줬고, 신씨는 이 돈으로 당시 빚을 갚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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