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주식 공모시장의 작은 혁명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그렇고 그런」 인터넷 광고업체였던 골드뱅크사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모에 나선 것. 결과는 일반인의 예상을 뒤엎었다. 1,485명의 네티즌이 19만8,000주를 사들여 회사로서는 앉아서 단숨에 9억9,0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했다. 공모 참가자들은 어땠을까.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공모에 들인 돈은 1인당 평균 6만여원. 6개월 뒤인 10월 골드뱅크가 주당 6,2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뒤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지난 7월에는 31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인터넷공모 참가자들은 단기간에 60배가 넘은 시세차익을 챙긴 셈이다.■ 인터넷공모 열기
그로부터 1년 뒤인 올 4월. 세대별 맞춤포털사이트 「인츠」로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제이엔제이미디어가 두번 째 인터넷공모에 나섰다. 결과는 마찬가지. 업체측은 9억9,000만원의 주식공모에 성공했다.
6개월뒤인 11월 들어서는 휴일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인터넷공모가 없는 날이 없을 정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지면서 「제2의 골드뱅크」 신화를 좇는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6월의 한 사이버여행사 공모에서는 6만6,000주 공모에 280만주의 청약이 쏟아지는가 하면 지난 8월 주당 3,000원(액면가 1,000원)으로 20만주 주식공모를 벌인 모 인터넷업체는 선착순 주식배정결과, 불과 7분만에 목표액 6억원을 채우기도 했다. 지난달 초 인터넷공모를 시작한 모 인터넷광고대행사는 액면가(5,000)의 6배나 되는 공모가(3만원)에도 불구하고 청약이 쇄도, 1분30초만에 목표액(9억5,000만원)을 채우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다. 업체들이 인터넷공모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편한 절차때문. 상장·등록기업의 공모나 증자에 드는 기간은 약 2개월. 절차도 15단계나 된다. 반면에 인터넷공모는 이사회 의결후 홈페이지 청약공고-청약-납입-등기까지 불과 20여일이면 마무리되는 셈. 인터넷 홍보대행사 팍스캐피탈 김나미(金那美)차장은 『월 평균 10-20건의 인터넷공모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투자인가, 투기인가
인터넷 공모의 건전성을 둘러싼 전문가들간의 이견은 첨예하다. 공모를 계획중이거나 성공한 기업들은 벤처기업이 자연스럽게 지분을 분산하면서 자금활로를 뚫을 수 있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증자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로서도 우량 벤처기업의 주식을 싼 값에 골라 살 수 있는 「꿈의 투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투자에 성공하기에는 함정이 너무 많다는 입장. 심지어 일부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꿈」을 담보로 한 투기의 극치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즉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벤처성공률은 접어두더라도 이 중 얼마나 코스닥이나 거래소에 등록·상장될 지 미지수라는 것. 급기야 금융감독원도 최근 인터넷공모의 위험성을 알리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 묻지마투자는 금물
인터넷공모는 대부분 10억원을 넘지 않는다. 유가증권신고의무를 회피하고 까다로운 절차나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을 안받으려는 의도다. 따라서 업체가 주요 투자정보를 왜곡하거나 누락해도 속수무책이기 십상이다. 또 하나의 맹점은 코스닥시장에 등록되기 전에는 환금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 장외시장에서 제대로 거래되는 종목은 일부이며 나머지는 제 값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 업체가 밝히는 코스닥 등록계획도 믿기 어렵다. 현재 벤처 등록업체는 줄잡아 4,000곳. 이중 이미 사업기반을 다지고 코스닥등록을 대기중인 업체만도 현재 70여곳에 이른다. 발행가를 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적정주가 여부를 검증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 전문가들은 투자자는 무엇보다 해당기업의 정관과 등기부를 열람하고 관련 정보를 충분하게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며 직접 회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대화를 하거나 회사 분위기를 살펴본 뒤 동종업계 등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래창업투자 관계자는 『주주가운데 벤처캐피털 등 기관이 포함됐거나 핵심기술진의 지분이 높으면 성공가능성이 높지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으로만 구성된 벤처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주식 인터넷 공모절차] 대부분 증권예탁원 명의개서 못해
공모참여 희망자는 우선 인터넷공모 홍보사나 공모기업의 홈페이지 등에 접속, 재무제표나 사업계획서 등을 검토한 뒤 안내에 따라 공모절차를 밟으면 된다. 대개 인터넷상의 공모참여 가계약형식의 예비청약을 한 뒤 해당사의 은행 계좌에 공모금액을 입금해야 한다. 청약을 했더라도 돈을 납입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대개 청약서를 보낸 사람 가운데 청약 당일 돈을 빨리 입금하는 순서대로 주식이 배정된다. 업체에 따라서는 인터넷상의 계약서를 다운받아 내용을 기재한 뒤 실명확인과 도장을 찍어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공모회사는 도착한 서류를 2부로 만들어 등기소에 제출하거나 자체보관하고 주권을 직접 투자자에게 전달하거나 우편으로 발송한다. 인터넷공모 업체들은 대부분 자본규모가 적어 증권예탁원과 명의개서 대리인업무를 체결하지 못하는 실정. 투자자는 주권을 인터넷 장외중개시장을 통해 매매할 수도 있지만 조기상장·등록 유망주나 이름이 알려진 정보통신 관련주 등 일부 외에는 쉽지가 않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최윤필기자
■[주식 인터넷 공모] 전문사이트 통하면 위험 덜어
인터넷 주식공모에 대한 정보는 증권정보 사이트에서 접할 수 있다. 해당 업체들이 자신의 사이트에 직접 올리는 방법도 있다. 증권정보 사이트는 이보다는 공신력이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팩스캐피탈 지클럽 벤처플라자 머니풀 제3시장 엔젤월드 등 수십개 사이트가 있다. 이들 사이트는 인터넷 공모의 관문으로 통한다. 이중 팩스캐피탈은 증권정보 사이트중 검색 1위 사이트. 하루 8만여명이 찾고 있어 인터넷 공모기업에겐 「효과 1위」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HND와 맥소프트뱅크 솔트&스위트 와마켓 넥스텍 등 6개기업의 정보를 제공했다. 사이트의 「검증」을 그만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
증권정보 사이트는 돈을 받고 게시판에 공모내용을 올리거나 광고를 해준다. 일부 사이트는 직접 공모를 대행한다. 단순 대행이기 때문에 공모가 산정이나 공모과정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해당 업체의 인터넷 공모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같은 위험은 유명사이트나 인터넷 공모광고료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사이트가 덜한 편이다. 유명사이트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공모기업의 안정도와 신뢰성을 기준으로 1차 검증한뒤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투자위험에 대한 판단은 공모 참여자 각자가 할 수 밖에없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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