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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포커스] 국회는 '부재중' 민생은 '탄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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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포커스] 국회는 '부재중' 민생은 '탄식중'

입력
1999.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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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다던 초등학생 1학년의 큰 딸이 울고 들어왔습니다. 함께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던 친구들이 「쓰레기 냄새가 고약하다」며 모두 돌아갔다는 거예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M임대아파트에 9년째 살고 있는 윤모(41)씨에겐 간절한 소망이 하나 있다. 민영아파트 주민들처럼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 주민들의 현안을 임대사업자에게 요구라도 해보는 것이다. 현행법상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없다.

올 초 대대적인 「아파트 비리」 이후 민영아파트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관리비 내역 및 주민복지에 대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영세민이 대부분인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겐 「먼 나라」얘기다. 윤씨는 『건설교통부에서 이번 임시 국회에 임대아파트 주민들도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는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았다』면서 『그러나 여야가 국정에 손을 떼고 있는 마당에 검토나 될 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통합방송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위성방송업계의 원성도 높다. 위성방송업체인 ㈜DMS 관계자는 『통합방송법 처리가 4년째 지연되면서 매달 수십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번에도 처리가 안될 경우 손실증가와 외국 업체의 국내 진출 등으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국민들의 애타는 바램은 무시한 채 내년 예산안과 민생·개혁법안 등 550여건의 법안심의는 뒤로하고 소모적인 대립 속에 정쟁만을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로비단 이상철(李相喆)대표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있는 동안 시급한 민생·개혁법안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며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이들 법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보내 의원 개개인의 입장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국 김영재(金英材)간사는 『국회파행은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 본연의 기능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C통신에도 국정을 외면한 채 정쟁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해가 안되는 사안들로 매일 치고 받고 싸운다. 도대체 민생과는 무슨 관련이 있나. 붕당정치, 보스정치…, 완전 「조폭」이다.』(나우누리 iceboy19) 『저승사자들이여, …필요없는 정치인들 데려가 주세요』(천리안 mjt1224) 『야당 총재가 만든 새로운 유행어, …아니면 됐지, 뭐』(나우누리 surc) 『색깔 논쟁하랴, 다른의원 꼬리 잡으랴 바쁜줄은 알지만 제발 할 일이나 하고 싸우지…』(나우누리 무명씨)

연세대 유석춘(柳錫春·사회학) 교수는 『일반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소신에 따라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최근 시민들의 정치비판은 여야 모두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며 『국회는 언론문건파동 등 일련의 의혹 사건들은 검찰수사에 맡기고, 당장 산적해 있는 법안처리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김현경기자

moore@hk.co.kr

■민생과 관련된 법안 584건 '낮잠'

15대 마지막 국회인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할 각종 법안들이 여야대치 정국 속에 방치돼 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의안은 법률안 491건을 포함, 총 584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할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예결위원장 선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탓에 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산적한 계류법안의 대부분은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민생관련 법안들. 이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 소득형평과 조세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각종 세법개정안을 들수 있다.

변칙적 상속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장주식의 상장차익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도록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의 경우, 재벌그룹의 변칙상속이 이미 문제된 상황이므로 하루바삐 도입되어야 할 법안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2001년 시행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과세자료 준비기간을 감안할때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기간내 시행이 어려워진다.

부패방지기본법, 국가보안법, 방송법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개혁법안들도 십수건이 올라와 있다. 부패방지기본법의 경우, 비위관련 면직공무원의 관련업체 취업을 금지하고, 재산등록의무자 범위에 감사원과 국세청의 5급이하 일반직 공무원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하위직 공무원의 업무관련 비리가 심각한 실정에서 조속한 도입이 요청되는 법안이다. 오랫동안 논란을 끌어온 국가보안법과 방송법역시 이번 국회를 넘길 경우 비판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 통신비밀보호법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중요 법안들이다.

이 밖에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정치개혁법안 또한 이달 말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 만료일이 임박해있으나 중선거구제 도입 등 핵심쟁점에 대한 접점이 쉽게 찾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국민회의 A의원

새천년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국회가 아무런 역할을 못한 채 여야의 극한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의원의 한 사람으로 자괴감을 금치 못한다.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우선 야당의 국회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회는 야당에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야당이 국회를 떠나 장외집회에만 집착하는 것은 그 무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도 방법이다. 하지만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만 의존하는 것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점에서 지탄을 면키 어렵다.

여당인 국민회의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야당에 등원 명분과 실리를 주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가 대결하면서도 협상과 조정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정국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지금은 청와대와 야당이 대결하는 형국이고 여당은 빠져 있다. 단독국회를 강행하기에 앞서 여당이 인내심을 갖고 야당을 원내로 이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한다.

■한나라당 B의원

국민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이 한 목소리로 『정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에 몸 담고 있는 당사자로서 딱히 변명할 말이 없다. 그저 국민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다. 국회가 왜 존재하는가하는 자문을 하노라면 스스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전세계가 새천년을 맞는다고 분주히 움직이는 데 우리는 새천년 맞이는 커녕 여야 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다. 민생법안이 잠자고 있는 것은 온전히 정치권의 책임이다. 거대한 외국 금융자본이 앞다투어 밀려오고 나라 살림이 하나 둘 빠져나가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는데도 정치가 손을 놓고 있음을 잘 안다. 정치권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지 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만 찾는다면 난국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개혁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곳이 국회임을 인식하고 국민에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15대 국회를 맺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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