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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소명지켰던 해직기자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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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소명지켰던 해직기자를 기억하라

입력
1999.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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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이 요즘만큼 국민들의 눈총을 받기는 아마도 처음인 것같다. 기자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채 쉽사리 정치판에 뛰어들고, 권력에 아부하고, 파렴치한 짓을 서슴치않는 일부 기자들 얘기 대신 오래된,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자랑스러운,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픈 아버지 얘기를 하려고 한다.아버지는 80년 언론통폐합의 미명하에 강제해직됐다. 당시 44세였고 시사통신사 경제부차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군부의 정보기관에 의해 이뤄진 3개월간의 기사검열 결과에 따라 해직언론인이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회유를 받았지만 아버지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해직후 아버지는 우울증과 폐결핵 합병증등으로 거의 20여년을 병석에 누워있다. 올 3월에는 말기 대장암 수술까지 받았는데 장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거동조차 못한다. 아버지의 병마에 사기피해까지 겹쳐 가족들은 단칸 월세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나는 대학을 10여년만에 졸업했고 여동생도 야간으로 옮겨 전문대를 마칠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유일한 희망은 97년 정동채(鄭東采·국민회의)의원등 국회의원 9명이 제출한 「80년 해직언론인 배상등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해야 할 시기의 대부분을 병석에서 보낸 아버지는 늦게나마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난날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마지막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이 법안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제안된 지 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입법되지 못한채 먼지투성이가 돼있다. 국민의 정부가 집권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의안명 제안일 제안자명을 제외하고 모든 란이 공란으로 텅비어있다. 아버지가 인터넷을 못하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진다.

아직 적지 않은 해직언론인이 궁핍과 병마 속에 살아가고 있다. 끝까지 기자로서의 소명을 지킨 사람들이다. 이제는 너무 늦기전에 이들에게 삶의 마지막 용기라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장훈철·국민카드 강남관리영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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