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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상원 세습제도] 800년만에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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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상원 세습제도] 800년만에 퇴장

입력
199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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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을 대물림해온 영국의 상원의원 세습제도가 새 천년에까지 이어지지못하고 마침내 폐지됐다. 세습 의원들은 11일 상원에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하고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의원세습제의 폐지를 포함한 상원 개혁안이 상·하원을 통과한데 이어 왕실이 동의한데 따른 것이다. 세습의원들은 이날 자신들을 퇴출시키는 개혁안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는 것을 끝으로 스스로 역사의 막을 내렸다.13세기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영국 의회사에서 상원은 14세기 에드워드 3세때 처음 시작됐으며 세습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자동적으로 상원의원 취득권 및 투표권을 갖는 이른바 「천부(天賦)의원」의 특권을 누려왔다. 이런 전통에 따라 이날까지 1,295명의 상원의원 중 759명의 자작, 공작, 백작, 후작 등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상원의원직을 보유하는 종신 세습의원이었다. 나머지는 당대에 한해 작위를 받은 「임명귀족」과 국교인 성공회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종교귀족」. 당 별로는 18명만이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에 속해있으며 당연히 보수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세습의원제는 낡은 관습의 청산과 민주주의적 의회제도의 확립이라는 명분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는 97년 총선 당시 블레어 총리의 공약사항이기도 했으며 블레어 정부로서는 개혁작업의 걸림돌이던 상원을 무력화시키는데 일단 성공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세습의원 전원이 퇴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중 92명은 상원개혁 작업이 끝날때까지 잠정적으로 상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물론 진통도 뒤따랐다. 보수당의 강력한 반대로 법안통과가 한때 주춤했으며 세습의원들은 잔류하게 될 92명을 선발하는 표결절차에 앞서 「내가 상원에 남고 싶은 이유」란 제목의 「논술시험」을 치르도록 하기도 했다.

남은 과제는 세습의원의 공백을 대치할 새 상원의 구성문제. 영국 정부는 아직 이를 결정하지못하고 있으며 왕실 산하 위원회가 12월31일 상원 개혁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노동당내 좌파는 상원의원 전원이 선출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블레어 총리는 정부가 의원 다수를 임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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