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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술한 '나라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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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술한 '나라곳간'

입력
199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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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집(나라)이 거덜나게 되자, 가장(정부)이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모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이 급성 병(과도한 국가채무)에 걸렸다. 만성화하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다』

기획예산처 고위 당국자가 국가채무(나라 빚)의 위험성에 대해 썼던 비유다. 올해말까지 중앙정부(94조원)와 지자체(17조원)의 빚을 합한 국가 채무는 금액으로 111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수준이다. 내년에 중앙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만도 2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획예산처는 이에 따라 「재정건전화 특별조치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추경예산편성을 실업대책 천재지변 등 재해대책 환란대책 등으로 엄격히 제한, 세입예산보다 더 걷힌 세금(세계잉여금)이나 쓰다 남은 예산(불용예산)을 우선적으로 국가채무를 갚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특별조치법안이 당정협의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치면서 「유야무야법」이 돼가고 있다. 서민생활 보호가 필요할 때도 추경예산을 짤 수 있도록 구멍을 내버렸다.

서민생활과 관련되지 않은 예산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국가채무상환은 뒷전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환란과정에서 뼈저리게 실감했다. 정부가 5대재벌그룹에 대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도록 지시, 이를 지키기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정부는 아직도 「나는 바담 풍(風)하더라도 너는 바람 풍(風)하라」는 식이다.

윤순환 경제부 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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