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자와 27일자는 손동현(孫東鉉)성균관대교수와 이태동(李泰東)서강대교수가 각각 출제해 주셨습니다. (답안은 1,000자이내)지면개편으로 다음주부터 「논술면」이 토요일자에 게재됩니다.
■20일자 주제
(문제)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는 「노근리 사건」을 비롯해, 1950년 한국전쟁 중에 있었던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군과 싸우는 한국군을 돕기 위해 유엔군의 깃발 아래 멀리까지 파병된 미군이 우리의 양민을 학살했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과연 어떤 점이 잘못되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만일 그것이 잘못된 명령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여기서 우리는 「군인은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가?」라는 전쟁윤리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다음 예시문을 참조하여, 양민을 학살한 사건들이 잘못된 명령에 비롯된 것이라고 상정하고, 군인으로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한지 어떤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해 보라.
(예시문) 군인은 명령을 받았을 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러나 군인이 범죄가 될 불법적 행위를 수행하도록 명령받았을 때 그는 복종이라는 군기(軍紀)의 요구와 법 규정의 준수라는 요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명령에 따르는 것은 범법을 의미하며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군기를 위반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만약에 그 명령이 불법적이지는 않지만 부도덕한 명령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에는 군기와 인간적 가치 사이에, 또는 군사적 효율성과 도덕적 가치 사이에 대립이 생긴다. 명령의 부도덕성이 명백하다고 생각되면 명령을 거부해도 되는가? (육사 이민수 교수의 『전쟁과 윤리』중에서)
■27일자 주제
(문제) 다음에 소개된 글은 『플루타크 영웅전』에서 발췌하여 인용한 부분이다. 아래의 글을 읽고, 예시문에 나타난 정치의 본질을 기초로 해서 과거 우리 정치사를 비판한 후, 바람직한 지도자상과 관계 지워 오늘의 우리 정치 현실을 비판하는 글을 논술하라.
(인용문) 너무 고상한 태도로 백성을 대하며 모든 일에 있어서 그들의 의사를 꺾으려는 사람은 엄격하고 침울하다고 생각되기 쉬우며, 이와 반면에 항상 백성의 뜻에 추종하며, 그들과 같은 과오를 범하는 사람은 위험하고 파멸적인 노선을 취하는 결과가 된다. 나라를 강대하게 만드는 방법은 때로 백성의 뜻에 양보하고, 그들이 순종할 때는 칭찬하는 동시에, 좋은 정책이라면 강력히 추진하는 데 있다. 그러면 가혹하고 전제적인 방법을 쓰지않는 한, 백성은 즐겨 순종하며 지지한다. 정치가는 통치자의 엄격성과 지도자로서의 온유성을 겸해야 하는 까닭에 그의 역할은 매우 곤란하고 힘들다.
입선자 명단 (16명)
과천고= 조효정 서울외고= 박혜란 백암고= 김경하 윤유미 송인선 최현숙 김용진 유동균 대일외고= 박지홍 강경하 이윤숙 양원석 신형걸 박선미 임태연 최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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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의 실제] 최우수.. 정성욱
최근 매스컴에서 우리는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라는 말을 자주 접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써학교와 학생, 즉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단순한 용역배달의 결과이다.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잘못된 교육체제 안에서 단순히 교육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니 실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교육환경은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인과 그 사회가 원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이다.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따르는 것이 교육의 발전을 이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문화에 맞는 교육제도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발전인 것이다. 이러한 교육제도 외에도 교육 시설의 낙후, 학생수의 초과도 고려해야 한다. 무더위에 선풍기 한대 놓고서, 영하 10도에 구식 난로 하나 놓고서 오륙십명이 넘는 학생을 한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한 인재양성에 부적합한 환경이다. 마지막으로 생산자측에서는 소비자 즉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생산자-소비자의 단순한 용역배달의 구도에서 탈피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역할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비판적인 안목을 가진 진취적인 소비자의 역할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생산자의 생산물을 선택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듯이 학생들 또한 학교측에 능동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교육자와 협동적인 동반자 역할이다. 학습자는 교육자를 무조건 강요하는 강압자로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협동체로 인식하고 그들의 지시에 잘 따름은 물론 잘못된 점은 서로 보완해주는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학생은 단순히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민의 손에 달려 있듯이 우리나라의 교육체제의 주체는 결국 학생인 것이다. 앞으로 더 나은 교육을 이루기 위해서 학생은 진취적인 소비자로서, 교육자와 협동적 동반자로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논술고사의 실제] 우수.. 김새리
제6차 이전의 교육과정은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교육의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가 정한 하나의 문서에 의해 교사는 수업을 하고, 학생은 그것을 수용하였다. 그 결과 학교는 단지 규격화된 지식을 「생산」하고, 학생은 단순히 「소비」하는 구조가 정착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일방통행식 교육의 「용역배달」구조는 창의력 향상을 저해하고,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게 될 인력의 부족을 낳게 될 것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제7차 교육과정에는 「교과선택형」을 도입한다. 이 제도는 능력, 흥미, 적성, 진로를 중시한 다양한 교과목 개설과 학생 중심의 교육 체제를 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창의적인 인력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 제도가 올바로 시행되고 정착되려면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력」 배양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수강 교과의 선택, 진도표 작성, 수행평가 등의 활동을 학생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창의적인 인력양성은 학생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창의적인 인력양성은 학생 스스로 주어진 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해결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기본적인 학습력이 갖춰져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학생은 단순한 「소비자」입장에서 벗어나 학교운영의 주도적인 역할의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개정된 교육 기본법 제3장 17조에서는 「학생자치활동」을 권장, 보호하고 있다. 「학생자치활동」으로 학교운영은 보다 자율성을 갖게 되고, 학생들은 더 넓은 개방적인 환경에서 창의적인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도 교육 수요자의 권리 확보와 바람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중요하다. 교직원, 학생, 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이 학교운영에 참여함으로써, 협동 경영의 틀 안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여 보다 바람직한 교육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정보와 지식이 부가가치의 원천인 정보화 시대이며, 세계화 시대이다. 우리가 이러한 조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력자원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교육체제는 「생산자-소비자」에서 「협동적 동반자」 구도로 바뀌어져야 하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학생은 「자기주도적 학습력」의 확보화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갖추어야 한다. 이제 학생과 학부모는 단순한 교육의 수요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소비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가일층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논술고사의 실제] 우수.. 이돈확
대한민국의 교욱제도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주입식 교육이다 하여 학생들은 단순히 대학에 가기 위한 도구로 취급한다는 등 말이 많았다. 이는 학생들 나름대로의 개성을 무시한채 획일화된 교육으로 우리 학생들을 교육의 소비자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단순한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라 그 차원을 넘어서는 교육의 생산자이다. 우리 학생들이 진정한 교육의 생산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햐 할까?
먼저, 현 교욱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관 등을 버려야 한다. 학생들에겐 우리의 현 교육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사고 방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물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는 없겠지만, 문제는 지나칠 정도의 편견에 사로 잡혀서 전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으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학생들의 진정한 권리가 아니겠는가?
두번째로 남이 바꿔주길 바라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나부터 앞장 서서 잘못된 점은 올바르게 고칠 수 있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어느 노래 가사에 잘 나타나 있듯이 우리 학생들은 뒤에서 비판만 하고 정작 나서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눈뜬 장님이요, 말하는 벙어리에 머물러 있다. 아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농사일은 농부가, 고기잡는 일은 어부가 가장 잘 알듯이 우리가 처한 교육현실은 우리 학생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앞장 서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 나갈때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교육자들을 교육 받는데 있어서 필요한 협조자 또는 동반자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들은 더이상 우리가 뒤에서 욕하고 비난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교육이 보다 원활하게 해주는 자동차의 윤활유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과 협력하며 보다 나은 교육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현 교육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며, 또한 교육자들과의 협력과 조화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 학생들은 진정한 교육의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논술고사의 실제] 강평.. 김영민
이번주 논제는 『학생은 단순히 교육의 소비자인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호소한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욱문제에 대한 출구 찾기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이다. 이번주 제시문을 읽어보면, 학생과 학부모를 단순히 교육의 소비자로만 생각하는 것이 매우 그릇된 인식임을 알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통해 학습자와 교사간의 동반자 관계를 확인하고, 가정과 학교의 협력을 도모하며, 지역사회와 학교체계간의 협동 경영의 틀을 형성하자는 것이 제시문에 나타난 주장이다.
이번주 문제에서는, 바람직한 교육제도 및 환경 조성을 위하여 학생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 제도와 환경개선에 대한 학생의 능동적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답할 때 유의해햐 할 점은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개개인의 입장에서 논지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누구나 관심 갖는 문제일수록, 그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원론적 논의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원론적 논의에 기대어 답안을 작성하다 보면,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답안을 채워나가기 일쑤이다. 그런 유형의 답안이야말로 이른바 독창성이 결여된 답안으로, 논술에서 멀리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이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논지를 전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안을 판단하여 글을 쓰는 일을 말한다.
이번주 최우수작으로는 정성욱(대일외고)의 글을, 우수작으로 김새리(순천여고)와 이돈확(대일외고)의 글을 뽑는다. 정성욱의 글은 피교육자로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논재를 풀어가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경험의 범주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주어진 논제의 핵심에 다가가고 있다. 교육제도와 구조가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교육환경 속에서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비판적 안목을 가진 진취적 소비자의 역할로 본 것이나,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협동적 동반자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일단 논제에 충실한 글쓰기로 볼 수 있다. 단,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이따금 눈에 뜨이는 것이 이 글의 흠이다. 예를 들면 첫문장의 경우 「우리는 -라는 말을 최근 매스컴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로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새리의 글은 간결한 문장과 선명한 논지 전달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글의 짜임새도 좋고, 학생과 학부모가 적극적인 소비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가일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결론적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서론과 본론에서 객관적 사실을 너무 많이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적었다는 것이 흠이다. 객관적 사실을 너무 상세히 인용하는 것은 짧은 분량의 논술에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돈확의 글은 대안적 주장이 분명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이 글은 현실 확인에 너무 소홀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실 확인을 바탕으로 대안적 주장을 내놓는 것이 이번주 문제를 푸는 이상적인 글쓰기 구조이다. 이돈확의 글은 주장은 선명하지만, 전체 구성상 너무 빨리 대안 제시로 들어갔다는 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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