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내가 울면서 봤던 건 앵콜개그…히-, 요즘들어 이렇게 웃은 건 정말로 처음이었다』(천리안 이용자 NGN85)『일주일 동안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내서 만드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유니텔이용자 lastrada)
『하도 재밌다길래 직접 와봤어요』 (KBS 공개홀 앞에서 한 여대생)
가히 신드롬이다. 유명한 연예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 그것도 방송 4개월째 밖에 되지 않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지금 젊은층의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다. KBS 2TV 「개그 콘서트」. 진짜 웃긴다. 코미디계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 현장
8일 KBS 별관 공개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오후 6시 무렵,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어느 틈에 줄이 공개홀 건물을 빙 둘러버렸다. 『직접 와서 보면 TV로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재미있다』고 말한 7시 공개홀이 문을 열자 700여명의 젊은이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공개홀을 가득 채웠다. 바람몰이꾼이 등장, 분위기를 띄우고 나간 다음 본무대전의 막전 공연이 열린다. TV로는 방영되지 않는, 현장 관객만을 위한 서비스 코너. 이날은 극단 「영」의 「그림자극」 공연. 생상의 동물사육제 곡에 맞춰 아름다운 손들의 그림자가 다양한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내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드디어 개그콘서트의 주인공 9명이 등장했다. 「역사가 꼬인다」 코너를 시작으로 15개의 코너가 쉴새없이 이어진다. 스피디한 상황개그. 설명을 생략한 채 웃음의 핵심요소만 쏟아낸다.
「스크림」. 특정 단어를 대면 죽게 되는 코너. 이날은 음식이름. 잇달아 3명이 죽은 뒤 김지혜가 무서우니 노래나 부르자며 「사노라면」을 불렀다. 관객에서 곧장 『라면!』 소리가 터져나온다. 「114 안내원」 코너. 김영철이 경상도 억양으로 『안내 327호. 안녕하십니까-』 한마디 한마디에 폭소다. 심현섭의 원맨쇼인 「사바나의 추장」. 「달랑달랑-」 「벌렁벌렁-」 「닥치라-」 특유의 톤이 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이한 톤과 어조, 기묘한 표정, 황당하고 허를 찌르는 상황전개, 절묘한 패러디가 줄을 잇는다. 『웃다가 지친다』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신세대가 아니면 못느낀다』는 반응이다.
하이라이트는 앵콜개그. 공연했던 코너를 몇 개 뽑아 다시 보여준다. 그러나 반복이 아니다. 앞서 봤던 줄거리를 절묘하게 빗나가면서 비틀어댄다. 변주의 묘미다. 자신의 코미디를 다시 코미디화하는 수법으로 웃긴다.
■ 코미디도 공연을 한다
관객은 공연예술이 가져다주는 집단체험을 이제 코미디에서 느낀다. 웃음은 집단 속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정해진 극적 형식이 없는 「개그콘서트」는 연기자의 장기를 그대로 끌어낼 수 있는 마당이다. 일종의 장기자랑 무대. 김영철이 114안내원 목소리를 잘 흉내내자 바로 특화해 한 코너를 만들었다. 기계음 모사가 뛰어난 박성호는 「로보캅」을 통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신인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무대가 되었다.
「개그콘서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무대라는 특징을 살려 언어에 의존한 코미디에서 소리, 표정, 음악, 춤 등이 한꺼번에 어우러진 코미디로 나가고 있다. 곧 탭댄스를 이용한 개그도 보여줄 계획이다.
■ 대학로에서 TV로
느닷없는 게 아니다. 지난해 7월 「개그콘서트」가 대학로에서 선을 보였다. 백재현이 주축이 된 서울예대 개그클럽 출신들이 모여 콘서트를 열었다. 연일 매진. 상황개그, 마임개그, 다양한 사물을 음악화하는 난타개그, 음악 춤 등이 어우러진 뮤지컬 개그. 코미디도 무대종합예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3월 전유성이 결합해 다시 성황을 이뤘다. TV로 옮기자는 제안에는 모두들 반신반의. 김미화가 적극 나서 결국 TV로 진출했
■ 개그계의 신진돌풍
녹화라고 하지만 공연 동안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말 그대로 공연이기 때문에 NG가 있을 경우 흐름이 완전히 끊겨버린다. 일주일만에 새로운 연극을 한편씩 올리는 것과 같다. 살인적인 연습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3-4일을 꼬박 연습한다. 그래서 신인들을 많이 기용했다』
신인들이 결국 일을 냈다. 김대희, 김영철, 김지혜는 올 3월 들어온 완전 풋내기지만 인기는 무서운 상승세다. 심현섭은 SBS에서 무명으로 지내다 KBS로 옮긴 후 「이다도시」 흉내로 얼굴을 내밀다 이 프로로 완전히 떴다. 로보캅의 마임을 맡은 서동균은 작고한 코미디언 서영춘씨의 아들로 96년 잠깐 얼굴을 내민뒤 잠잠하다 이 코너를 통해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제 21세기 개그를 생각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KBS 개그콘서트] 기획, 주연 백재현
「개그콘서트」의 기획자이자 주연배우. 퓨전 개그맨, 백재현(34). 100㎏이 넘지만 애초 그의 꿈은 뮤지컬 배우. 「아가씨와 건달들」 「캬바레」 등 20여편의 뮤지컬·연극 등에 출연했고, 1,800여회 공연했다. 이런 밑바탕이 지금의 「개그콘서트」를 만들었다.
92년 KBS에 특채로 입사했지만 엑스트라를 벗지 못했다. 서울예대 개그 동아리 「개그클럽」 후배인 이휘재, 김진수, 송은이, 김한석 등의 빛에 가렸다. 방송활동을 그만두고 대학로로 갔다. 그리고 지난해 7월 3년간의 암중모색 끝에 내놓은 개그콘서트 「포유(for you)」. 대성공을 거두면서 7월 화려하게 방송에 복귀했다. 춤, 노래, 연기가 어우러진 공연예술에 대한 지향을 여전히 간직한 그는 대학로 공연에서 뮤지컬개그, 난타개그를 선보이며 개그도 공연예술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송용창기자
■[KBS 개그콘서트] 요즘 주목 받는 개그맨 김영철
『미안헙니더-』 옷청문회가 한창이던 9월 「시사코미디 터치파일」의 막간코너. 전날 저녁에 봤던 청문회에서 배정숙(강인덕 통일부장관의 부인)씨의 『미안합니다』를 경상도 억양으로 코믹하게 흉내냈다. 이 한 마디로 올 3월 KBS 개그맨 14기로 들어온 김영철(25)은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다.
투박한 외모 때문에 뽑을지 말지 고민했다는 KBS 관계자의 말. 『미안헙니더-』 방송이 나간지 2주만에 고향인 울산에 내려갔을 때 동네 꼬마들이 흉내내는 것을 보고 감격했다고 한다.
그는 포인트를 잡으면 강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 성대모사에도 일가견이 있다. 요즘은 114안내원을 흉내낸 『안녕하십니까-』가 인기를 끌며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다. 동국대 관광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
『너무 갑작스럽게 뜬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그는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남을 웃기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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