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가수 윤희중과 로커 서문탁. 연말 우리 가요계가 건져낸 굵직한 두 대어다. 일회용 가수들만이 판치는 우리 가요계에 이들 등장은 신선하다.■진짜 랩은 잘 들리는 법이죠-윤희중
박지윤 유승준 Ref 태사자 NRG 이글파이브. 요즘 인기있는 가수들의 음반에 랩을 도맡아 하면서 실력이 입소문으로 퍼졌던 윤희중(23). 인터넷, PC 통신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상투적이거나 달콤한 가락에 몇소절 랩을 가미한 「무늬만 힙합」이 아니다.각운을 넣기 어려운 우리 랩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한 물 흐르듯, 운(韻)이 살아있는 랩. 『힙합은 어차피 미국에서 나온 것이니까 가급적이면 그런 스타일로 해보고 싶었어요. 진짜 잘 만든 랩이란 내용이 쏙쏙 들어오거든요』
생김새가 굵직굵직한 윤희중이 랩에 빠진 것은 열다섯살 무렵부터. 머라이어 캐리, 보이스 투 멘을 들으며 흑인음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AFKN을 보며 밤에 잠을 안잤다. 저메인 듀프리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 겸 래퍼. 흥겨운 이스트 코스트(미국 동부) 힙합 보다는 웨스트 코스트의 강렬하고 거친 힙합을 더 선호한다는 그는 역시 자신의 랩퍼로서의 이름을 딴 새 앨범 「3534」에서 그의 지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눈에 비친/그배경속에 미친/그안에 일치하지 하지 못해/네자신을 잃지」. 머릿곡 「슬픈운명」(작사 3534·작곡 김홍순)은 각운이 맞는 수준 높은 랩이 착착 감겨드는 세련된 곡이다. 프로듀서 김홍순의 세련된 힙합 곡이 윤희중의 랩을 더욱 착실히 받쳐 주고 있다.
■여자 로커가 아니라 그냥 로커예요-서문탁
가수 서문탁(21·본명 이수진)을 두고 그의 주변에선 「독하다」고 말한다. 비주얼을 위해 몸무게를 위해 체중을 좀 줄여보라 했더니 10여㎏을 감량했고, 「이렇게 해보라」고 말을 하면 밤새워 연습해 딱 맞게 소리를 만들어 놓는다. 무용대학 다니는 동생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과일도매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만큼 당차다.
서문탁은 고교때 밴드활동을 하다 『사회학이 공부하고 싶어』 고려대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지난 해엔 월드컵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가 낸 응원곡 CD에 주제가 「최강의 꿈」에 보컬로 참가, 실력을 보였다. 폐활량을 늘려보기 위해 권투를 시작했다. 그러다 국내에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한 여성 아마추어 선수로 등록까지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중성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먼저 다가온 느낌은 정말 파워풀하다는 것이다. 속시원하게 질러대는, 그러나 저음에서는 비음이 약간 섞이는 매력적인 서문탁의 보컬은 가히 올해 데뷔한 신인 중 최고. 이미 통신에서는 인기가수이다. 팬들이 만든 그녀의 사이트는 보름새 1만여명이 다녀갔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진짜 록팬들은 캐릭터가 아니라 힘을 원한다. 그런 면에서 비교적 파워풀한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서문탁은 록발라드, LA메탈 비주얼록 등 다양한 록을 데뷔앨범 「아수라」에서 마음껏 펼쳐 보인다.
「기억해줘 널 사랑해/한 슬픈 영혼이 여기 있었다는 걸/이젠 너의 곁을 지킬 수 없는 날/죽었다고 생각해」. 머릿곡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이영준 작사·박세준 작곡)은 파워풀한 고음으로 시작하는 서문탁의 보컬이 전면으로 튀어 나온 록 발라드. 할리퀸의 연주와 넓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시원한 보컬, 다듬어진 멜로디라인이 흥행을 예감케 하는 곡.
삼바리듬을 입힌 록에 샤우트 창법의 매력이 돋보이는 「DNA(악마와 천사)」, 서정적인 도입부 보컬과 후반의 외침이 조화를 이룬 「Loving me, Loving You」등 곡이 모두 짱짱하다. 『여성 로커라 하지 말고 그냥 로커로 봐달라』. 정말 노래를 잘하는 이 신인의 당돌한 주문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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