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의 시사고발프로그램이 무너져가는 교육현실에 대한 방송을 내보냈다. 교실이라고 부르기 끔직한 그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수업시간 중에 저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학생의 한 사람으로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언론에서 말도 안되느니 과장보도라느니 말이 많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교실도 정도는 덜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이 이렇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책임은 불건전한 학생에게 있지만 학교의 교육내용이 우리 학생들의 요구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당국에서는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단적인 예가 얼마전의 모의고사 금지조치인 것같다. 아직 수능시험이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고3학생들에게는 한번의 모의고사도 아쉬운 지경인데 모의고사를 1년에 2차례로 제한하여 강제로 모의고사를 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관료적인 발상이며 졸속행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돈을 들여 학원에서 시행하는 모의고사를 치러 일요일에도 쉴 틈이 없게 된 것이 지금의 고3학생이다. 입시 과열을 없애고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한다는 미명하에 추천입학이니 수행평가니 자율학습, 보충수업 폐지니 하는 여러가지 개혁정책들이 나왔지만 그 목적이 이상적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을 무시한 채 시행돼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교육당국의 정책이라는 것이 학생들과의 교감없이 이뤄지기에 학생들은 학교에 흥미를 잃고 학교 밖으로 나가거나 교실 안을 학교 밖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의 수장이라는 교육부장관은 얼마전 어느 고등학교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의 이러한 지적에 귀기울이기는 커녕 허황된 낙관론을 피력하였다고 하니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교육당국이 오늘의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데 「교실 붕괴」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앞으로 긴 고등학교 생활을 남겨둔 후배들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서울 상명여고 3학년·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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