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최신형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시스템 14대를 한국에 판매하기 위한 거래안을 제시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우선 시스템의 기본가격이 총 42억달러나 되고, 설치에 따른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50억달러가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정도로 비용이 추가되리라는 점에 놀라게 된다.우리는 지금 치욕적인 IMF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전국민이 달러 한푼을 비축하기 위해 어린아이 돌반지와 결혼기념 반지까지 내다 판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이제 겨우 한숨을 돌리려는 시점에 이런 엄청난 고가무기 구매를 「권유」받은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 형편이 이런 부담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미사일이 한국의 방위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구매를 사실상 요청하는 듯하다. 미 국방부는 PAC_3형이 지난 중동전서 드러난 비효율성을 개선한 최신형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성능이 개량됐다고 해도 형편이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정부는 러시아산 S-3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관에 대한 현물상환 방식이다. 이 시점에 나온 미국의 요구는 아무래도 동기가 순수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미사일 구매가 적절치 않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엄청난 비용문제다. 이 미사일체제 하나로 국방이 일거에 해결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낭비 요소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이 미사일이 한반도 지형엔 적합치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예상되는 미사일공격의 조기경보 시간은 5-7분밖에 안된다. 이미 북한 미사일이 서울상공에 나타난 시간대라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효과적 요격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또 간과해서 안 될 사항은 무기체계의 수명문제다. 우리가 몇년 전 차세대 전투기사업으로 선택한 F16이 불과 몇년사이 다시 차세대 모델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무기수명이 짧다. 군사적 대북억지력은 충분한 보복능력만으로도 족하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북한의 선제공격은 곧 북한체제의 종말(End of State)을 가져올 정도의 보복력으로 충분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는 불필요한 위기조성으로 무기판매에 열올리는 미국의 군산복합체 압력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국가재정의 불균형 배분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미국측에 이 미사일구매가 현실성이 없음을 설득하는데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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