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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수사] '탈세'→'로비' 수사 표적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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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수사] '탈세'→'로비' 수사 표적이동

입력
1999.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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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한진그룹 탈세사건 수사가 사실상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이 11일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회장을 구속함으로써 국세청이 고발하고 수사의뢰한 내용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 지어졌지만 일부자금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따르기 때문이다.아직 해외현지법인에 4,991억원을 이전했다는 외국환관리법위반 부분은 법리적 논란이 있어 보강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중심은 서서히 국세청이 고발한 범위를 넘어 「정·관계 로비의혹 캐기」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조회장 일가가 회사돈을 빼돌려 세금을 포탈했는지 여부와 돈을 빼돌린 경위 및 규모가 조사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빼돌린 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중점 수사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한진그룹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회장 일가가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으로 조성, 건교부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항공업무 관련 전현직 간부 3∼4명이 수천만원씩을 받았으며, 지난해 10월 건교부의 대한항공 제재조치 직후 건교위소속 의원 3~4명이 ㈜한진 황창학(黃昌學)부회장을 개별접촉했다는 구체적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수사관계자도 『한진이 로비를 벌인 구체적인 혐의는 포착되지 않았다』면서도 『횡령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기업활동에 쓴 것인지 개인용도인지를 밝혀야한다』고 말해 비자금 사용처 수사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검찰이 한진그룹의 정·관계 로비창구로 알려진 황부회장과 한진중공업 김영호(金英豪)기획관리담당상무를 수차례씩 소환조사한 것도 비자금 사용처 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한진그룹이 95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비자금 사건 때 노전대통령에게 170억여원을 제공하고 97년 대선전 15억원을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차장에게 「세풍 자금」으로 전달한 사실로 미뤄 정·관계에 로비자금을 살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97년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 이후 잦은 항공기 사고를 내 당국의 제재조치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진그룹의 로비 필요성이 더욱 뚜렷해진다는게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은 조회장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회사에서 빼돌린 1,095억원 대부분이 조회장 일가 6명의 증여세 납부 대금으로 사용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같은 정황도 세금납부가 사용처의 전부가 아님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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