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발칸화」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동티모르의 독립이 이미 결정된 가운데 아체주에서는 독립요구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이리안자야주와 리아우주, 암본섬, 술라웨시섬 남부 등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분리독립운동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압둘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은 이미 9일 『동티모르에서도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됐는데 아체나 다른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분리독립 허용을 시사했다. 현재 스웨덴에 망명중인 아체주의 독립지도자 텡쿠 하산 디 티로 역시 10일 『인도네시아는 최소한 5개의 독립국가로 나눠져야한다』며 인도네시아의 발칸반도식 분리독립을 주장했다.
아체주 지난 8일 150만명의 주민이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아체주에서는 9-10일에도 유혈시위가 이어져 주민 1명이 목숨을 잃고 진압군 3명이 납치됐다. 또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자 모빌오일 인도네시아 등 이곳에 진출해있던 외국 석유회사들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아체주 시위사태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순방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한 와히드 대통령은 10일 긴급 각료회의를 갖고 하스발라 사아드 인권담당 국무장관을 아체주로 파견키로 한데 이어 자신도 다음주중 미국 방문후 아체주를 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독립지도자 하산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화제의를 거부한채 아체주민에 대한 인권유린을 막고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유엔이 조치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자신도 곧 귀국해 독립운동을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아체주에서 분리독립 운동이 본격화한 10년전부터 지금까지 2,768명이 숨지고 3,862명이 실종됐다고 밝히고 있다.
아체주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지역이 17세기에 이미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강점된 이후에도 19세기말까지 독립을 유지한 지역으로 네덜란드가 1873년 이 지역을 침략하자 35년간의 전쟁끝에 결국 항복했다. 1945년 인도네시아가 독립하자 아체주는 특별지역으로 남았으나 51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되자 독립운동이 시작됐다. 76년 조직된 무장독립단체인 「자유아체운동」을 아체 이슬람공화국을 선언하고 88년부터 정부군과 전투를 벌여왔다.
그밖의 지역 뉴기니아섬 서쪽지역인 이리안자야주에서는 독립단체들이 12일 주도 자야푸라에서 수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주민 대다수가 카톨릭인 이리안자야주에서는 1961년 「자유 서파푸아」 독립국을 선포한 뒤 독립운동을 벌여왔으며 지난해 수하르토 대통령 퇴진후 시위가 거세져 학생과 보안군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암본섬에서는 올해초 기독교도와 회교도의 충돌로 200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기독교도의 독립요구가 끊이지않고 있다. 술라웨시 남부지역의 마카사르 지역에서도 최근 수주일째 「술라웨시 회교공화국」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싱가포르 남쪽의 리아우주에서도 독립운동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