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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사회과학硏 자프교수] 統獨은 유럽통합의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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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사회과학硏 자프교수] 統獨은 유럽통합의 시발점

입력
1999.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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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을 계기로 통일독일의 위상과 진로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를린 사회과학 연구소 볼프강 자프(Wolfgang Zapf·사진) 교수를 만나 통일 독일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평가·전망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장벽 붕괴 10주년을 맞은 지금, 독일통일의 역사적 의미는.

『동서 유럽간의 갈등과 분쟁을 매듭짓고 유럽통합을 가속화시킨 동인이 됐다는 점이다. 독일통일은 한 국가의 민족통합이라는 측면보다는 유럽 전체의 복지와 평화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된 점을 더 평가해야 한다. 독일통일로 인해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공산국가가 연쇄붕괴하고 유럽연합(EU)의 외연이 확대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통일이후 독일 정부의 동서통합 노력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가.

『서독의 경제력을 100으로 보았을때 동독은 올해 50을 넘어섰고 노동생산성은 60에 근접했을뿐이다. 물론 통일과정에서 발생한 실업문제도 해결이 쉽지않다. 그러나 동독의 산업구조는 지금 바뀌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로의 완전한 전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산업분야의 발전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동독인의 소득증가는 발전과정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동서독간의 격차는 서서히 좁혀질 것이다』

-동서간의 심리적 갈등문제의 극복방안과 소외된 동독인에 대한 대책은.

『현재로서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젊은이들은 더이상 동서를 구별하지않는다.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자신감을 상실한 50대 이상의 세대가 자기비하에 빠져있을뿐이다. 실업문제와 동서갈등은 적어도 한세대(3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극복될 것이다. 독일 정부는 실업자에게 재교육을 시켜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이어야하며 시장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독일의 주변국이 통일독일의 경제부흥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는데.

『독일이 2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전력때문일 것이다. 독일은 현재 경제부흥과 동서통합 문제로 외부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통일에는 정치·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기때문이다. 물론 주변국은 독일의 경제적 부흥이 군사적 팽창주의로 발전할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다. 일본의 보수 우경화와 자위대 재무장 문제로 우려의 시각이 커지고 있지만 독일은 일본과는 다르다. 독일은 과거의 행동을 철저히 반성하고 있으며 경제적 우위를 군사적으로 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U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로서 독일의 EU내 역할은 무엇인가.

『서방국가와의 상호신뢰를 쌓는 일이다. 또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EU가입을 희망하는 동구권 국가를 적극적으로 도와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 나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

-최근 집권 사민당이 지방선거에서 연속 패배하고 있는 이유는.

『슈뢰더 정부가 실행할 수 없는 약속을 너무 많이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주택·고용문제 등 공약으로 내건 정책이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선거패배는 공약에 대한 실망때문이지 동서갈등과는 관련이 없다』

-한국도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나라다. 통일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평범한 얘기같지만 남북 이산가족간의 접촉과 왕래를 빨리 시작해야 할 것이다. 동독이 무너진 결정적인 이유는 시민의 여행자유화 요구시위였다. 서로가 만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끊임없는 교류와 접촉만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베를린=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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