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으니 그냥 놔둬』라고 설파했던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 자신도 고개를 갸우뚱해야 하는 숙제거리가 있었다. 왜 시장파괴적인 독점과잉 이윤이 종종 발생하는 것일까…. 그는 해답을 상인들의 비도덕성에서 찾아내 국부론에 기술했다. 『동일업종의 (경쟁)상인들은 오락이나 기분전환을 위해서라도 함께 모이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일단 모이게 되면 그들의 대화는 소비자들을 우롱할 술수나 가격인상 결의 따위로 끝난다』■그후 100여년이 흘러 19세기 말 미국에서 정부와 대기업들간에 격전이 벌어진다. 거대기업들의 횡포로 시장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길 수 없게 되자 정부는 「신검」을 뽑아든다. 그것이 오늘날 반독점법의 효시인 셔먼법인데, 애덤 스미스의 선각적 경종이 1세기후 대서양 건너 신대륙에서 국가정책으로 발현된 셈이다. 첫 타깃으로 록펠러의 제국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가 강제해체되고, 이어 담배재벌 아메리칸 토바코가 박살난다.
■이같은 독과점 파괴 붐에 찬물을 끼얹는 반동적 이론들이 70년대 들어 급격히 고개를 내밀면서 미 정부의 자세도 다소 완화한다. 밀튼 프리드먼, 조지 스티글러등 시카고학파들이 그 토대를 제공했다. 『담합은 분명 악덕행위지만 그렇다고 독과점 체제 자체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20세기 글로벌경쟁 시대에 시장을 너무 협소하게 생각하는 전근대적 발상이다』 프리드먼과 앙숙인 레스터 서로 마저도 84년 AT&T의 해체에 반대했다.
■『우리가 만든 노래는 우리 마음대로 부를 자유가 있다』며 세계시장을 농단해온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MS)사가 최근 독점 예비판결을 받아 자칫 공중분해 위기다. 미국적 벤처정신의 전도사라는 상징성에 앞서 막대한 해외수입을 미국경제에 선사하는 공로자 MS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 압박이다. 목전의 국가부강에 도움이 되더라도 자유시장을 좀먹는 「왕국」은 용납치 않는다는 올곧은 철학의 실천에서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을 다시 본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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