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구촌 교역질서를 새로 짜기 위한 뉴라운드 협상의 서곡인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134개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이 회의는 내년 1월부터 시작해 최소 3년의 대장정을 걷게 될 뉴라운드 협상의 의제와 운영방식등 협상의 기본틀을 만드는 자리다. 뉴라운드 협상의 목적은 한마디로 무역장벽의 추가 철폐를 통한 대폭적인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에 있다. 협상결과에 따라 세계경제는 일대 파고를 맞게되고 국별 이해득실이 크게 엇갈리게 되기 때문에 전세계는 벌써부터 초비상국면에 들어갔다.환란의 혼돈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수출입교역이 국가경제의 절반이상의 비중을 차지해 숙명적으로 외생변수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또 한차례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뉴라운드협상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다. 가트(GATT)체제하에서 세계적 관세인하등 무역자유화의 결과적 수혜를 어느나라 보다도 많이 본 우리나라로서 이번 협상은 무작정 겁낼 대상이 아니다.
뉴라운드 협상은 현재로선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다. 농산물과 서비스분야가 우선적 의제로 일찍이 확정되어 있는 것 외에는 일체가 유동적이다. 당초 미국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집어넣은 각료선언문 초안이 최근 유럽연합(EU)등의 반발로 공산품 반덤핑문제등 우리측 관심사도 상당히 반영하게 됐지만 이는 그만큼 협상 전도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공산품과 일부 서비스등의 분야는 추가 개방이 이뤄져도 우리나라에 오히려 유리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문제는 농산물 시장개방이다. 보조금 철폐와 관세의 대폭인하등 미국측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개방될 경우 양파 마늘등 기초농산물의 생산 및 유통기반이 괴멸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쌀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상 2004년까지 한국의 쌀시장개방이 유보되어 있으나 쌀수출국들이 이를 뒤엎거나 쌀을 담보로 다른 농산물 개방을 바터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UR 농산물협정상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협상력을 집중해야 한다.
UR협상 당시 정부의 안이한 자세, 국가전략의 부재, 부처간 혼선등으로 온나라가 국력을 소모하고 후유증을 겪었던 악몽의 경험에서 뉴라운드 협상에 임하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 협상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해 민간전문가들과 국민들이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으고 국가적 컨센서스를 이루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그래야만 특정생산자 집단이나 부처의 이해에 말려 협상전략이 왜곡되고 협상의 힘이 헛도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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