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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햇포도주가 손짓하는 계절, 와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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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햇포도주가 손짓하는 계절, 와인에 대하여

입력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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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포도주가 손짓하는 계절이다. 와인 본고장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올해도 11월 셋째주 목요일인 18일 0시를 기해 전 세계적으로 일제히 판매에 들어간다. 국내의 유명 호텔과 식당들도 당일 항공편으로 공수돼온 보졸레 누보로 한바탕 시끌벅적한 와인축제를 펼칠 예정이다. 홍보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포도주의 발매 시점까지 특정해놓은 프랑스인들의 상술이 얄밉기도 하지만, 이즈음 지구촌의 미식가들은 포도주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풍부한 미감과 낭만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술. 산지별로 브랜드별로 종류도 다양하고, 맛과 향도 천차만별이어서 전문가가 아니라면 왠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술, 와인. 하지만 지레 주눅들 필요는 없다. 약간의 상식만 갖춘다면 초보자라도 누구나 쉽게 와인과 친숙해질 수 있다.

■좋은 와인 고르기

단맛과 쓴맛, 신맛, 떫은맛이 고루 섞여 있는 와인일수록 좋은 와인이다. 한가지 맛이 유난히 강하면 낮은 등급의 포도주로 보면 무방하다. 수입 포도주는 종류가 워낙 많은 데다 포도주 생산국마다 등급 체계가 각기 달라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분류방식을 알아두면 좋은 와인을 고르는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 와인의 경우 최고급이면 라벨에 「원산지통제명칭 포도주」라는 뜻의 「Appellation ○○○ Controlee」이 표기되며 중간에는 생산지나 포도원의 이름이 삽입된다. 「뱅 드 빼이(Vins de Pays)」는 중급, 「뱅 드 따블(Vins de Table)」은 저급 포도주다.

와인은 산지에 따라 그 맛이 약간씩 다른데 와인의 대명사라고 할만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은 세련된 향미와 격조높은 색조로 정평이 나 있다. 보르도 지역 중에서도 메독, 포이악, 그라브, 셍테밀리옹 등지의 샤토(포도농장)에서 생산된 와인이 주로 명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원료인 포도의 품질이 기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명 샤토에서 생산된 와인이라도 연도에 따라 맛과 품질에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와인 제대로 즐기기

와인은 색깔에 따라 화이트, 레드, 로제와인으로, 떫은 맛(타닌 성분)의 정도에 따라 드라이(dry)와인과 스위트(sweet)와인으로, 숙성기간에 따라 영(young)와인과 올드(old)와인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과 로제와인은 냉장고에 2∼3시간 정도 넣어두거나 얼음을 띄운 찬물에 20∼30분 병째 담가두었다가 섭씨 10∼12도로 조금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 레드와인은 이보다 조금 높은 15∼17도에 마시는 것이 이상적. 온도를 적당히 맞췄더라도 잔에 따라놓으면 금세 온도가 올라가므로 마실 때는 글라스의 줄기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잔으로는 윗부분의 끝이 좁아지고 아래 부분이 통통한 튜울립형으로 생긴 것이 안성맞춤. 그래야 특유의 향이 밖으로 흩어지지 않는다. 마시고 남은 와인은 작은 병에 옮겨서 병목까지 따른 후 견고한 마개로 밀봉,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이 공기에 닿으면 산화가 진행되므로 공기와 접촉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남은 와인에 소다수 레몬 등을 넣어 칵테일을 만들거나 요리에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그해 첫 와인' 보졸레 누보

보졸레 누보는 매년 8∼9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보졸레 지역에서 첫 수확되는 포도를 단기 숙성시켜 만드는 그 해 최초의 와인. 전통적으로 11월 세번째 목요일 0시에 전 세계에 출하되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약 한달동안 주로 소비가 이뤄진다. 4∼10개월 숙성시키는 일반 포도주의 경우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빚은 술을 이듬해에야 맛볼 수 있지만 4∼6주간 단기 숙성시켜 즐기는 보졸레 누보는 해를 넘기면 빠르게 산화돼 제맛을 잃어버린다.

짧은 기간에 숙성시켰기 때문에 맛은 천연 포도의 활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 과일향이 풍부하고 신선하며 떫은 맛이 적다. 핑크빛이 감도는 자주색 레드와인이지만 화이트와인과 비슷하게 섭씨 10∼12도에 보관해 마신다.

■소믈리에 제안 와인 에티켓

같은 와인이라도 격식에 따라 마시면 맛의 깊이가 달라진다. 힐튼호텔 프랑스 레스토랑 「시즌스」의 소믈리에(와인감식전문가) 고성민(35)씨는 『비싼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 기본 에티켓을 지키면서 음미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와인을 마실 땐 맥주나 소주 마시듯이 꿀꺽꿀꺽 많은 양을 한번에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매너. 또 코르크 마개를 따자마자 바로 마시기 보다는 일정 시간 동안 숨을 쉬게 해준 뒤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을 마시는 순서는 우선 잔에 따른 와인의 색을 눈으로 감상하고, 손잡이만을 잡고 흔들어 향이 골고루 퍼지게 한 뒤 코를 가까이 대 향을 맡는다. 이어 포도주를 약간 입에 넣고 돌려 혀의 각 부분이 골고루 맛을 느끼도록 한 뒤 목으로 넘기는 것이 순서다.

식당에서 웨이터로부터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들지않고 그대로 둔다. 잔의 입구를 부딪쳐 건배를 하는 것도 금물. 너무 약해 잘못 부딪히면 깨지기 십상이다. 마실 때는 상대방과 보조를 맞추고 여성의 경우 잔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닦아가며 마신다. 또 집에 손님을 초대해 와인을 냈을 때는 손님의 잔이 한동안 비어 있는 일이 없도록 와인을 채워준다.

코스요리에 와인을 곁들일 땐 제조년도가 빠른 것부터 오래된 것으로, 맛이 드라이한 것에서 스위트한 것으로, 화이트에서 레드로, 차가운 것에서 차갑지 않은 와인의 순서로 마시는 것이 원칙. 백포도주나 적포도주로 맛을 낸 요리에는 같은 종류의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은 식사법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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