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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사오르는 낙엽길서 일상의 때를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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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사오르는 낙엽길서 일상의 때를 씻자

입력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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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런 바람이 겨울을 재촉한다. 거리를 노랗게 물들이던 은행잎이 이제는 발길에 채이는 때. 트렌치 코트, 이브 몽탕의 「고엽」으로 젖어보는 도회적 늦가을도 좋지만 고즈넉하게 농익어가는 산사의 낙엽에 푹 빠져 찌든 일상의 때를 씻는 것도 매력적일 듯하다.■ 양평 용문사(경기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경기도의 금강」이라는 용문산행의 출발점. 당일치기로 늦가을의 정취에 취할 수 있다. 신점리 아랫말에서 걷기 시작, 20여분 완보하면 특유의 은행열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산보의 절정인 큰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 의상대사가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금강산으로 길을 떠나던 마의태자가 꽂아놓은 것이라고도 하는 신물(神物)이다. 용문사 앞에 신장처럼 우뚝 서 있다. 여기서 자연과 하나된 감흥을 잠깐 고른다. 일정이 넉넉하면 왼쪽으로 접어들어 본격 산행도 해볼만 하다. 상원암을 지나 계곡의 맑디맑은 물에 넋을 잃고 나면 암릉과 기암괴석이 재미를 더한다. 백운봉까지 총 연장 13㎞정도. 5시간 길이다. 쉽게 나설 길은 아닌 만큼 단단히 마음먹고 떠나는 것이 좋다.

■ 인제 백담사(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2리)

내설악 등반의 시발점으로 용대리 외가평에서 출발, 백담사까지의 백담계곡이 백미. 흐드러진 내설악의 홍엽에 취하는 것 외에 열목어와 버들치 등 냉수성 희귀어종이 노는 명경지수를 보는 것이 덤. 한줄기 바람이라도 불면 빨갛고 노란 단풍이 눈송이처럼 푸른 계곡물로 떨어진다. 한참을 가다보면 건너편 산록과 휘돌아가는 물굽이가 시원하게 맞아주는 넓은 분지가 나오는데 바로 백담사.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미 일상사는 간 곳 없다. 중형버스가 중간지점까지 운행하지만 편도가 2,000원으로 비쌀 뿐 아니라 웬만하면 걷는 것이 좋다. 백담계곡의 운치는 버스가 지나는 3.5㎞ 구간에 몽땅 모여있기 때문이다.

■ 부석사(경북 영풍군 부석면 북지리)

봉황산 중턱에 자리잡아 산행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보다 의젓한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에 기대서거나 안양루에 올라앉아 바라보는 먼 산에서 삶을 씻는다. 또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을 낙엽과 한 바퀴 도는 것도 또다른 재미. 오색낙엽이 절 주위에 깔려있고 운 좋게 늦가을 안개비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정화의식은 없을 듯. 호젓하고 스산한 느낌의 낙엽송(落葉頌)에 제격이다. 1박2일을 잡거나 2박3일의 일정으로 근처의 희방사와 희방계곡, 혹은 청량산과 청량사를 아우르는 것도 별미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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