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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혼자사는 여자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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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혼자사는 여자의 소망

입력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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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을 코앞에 두면서부터 나의 가족들은 차례로 나를 떠났다. 장로인 남편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위해 신학대학에 진학하면서 집을 떠났고 과기대를 졸업한 아들은 의술로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의대생이 돼 어미를 떠나더니, 딸은 예술의 성취를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그래서 나는 지금 혼자 사는 여자가 됐다.처녀 시절 저녁이면 예쁜 옷을 입고 퇴근하는 남편과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멋스럽고 아기자기한 삶을 꿈꾸었지만 그런 나의 꿈은 교사라는 입장때문에 꿈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교단에 발을 들여놓은지 30년이 가까워오는데 그동안 학교 일을 핑계삼아 남편에게 알뜰한 내조를 하지 못했기에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정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나의 다짐을 외면한 채 각자 바람직한 성취를 위해 나를 떠났다.

학생 상담과 수업에서 오는 피로를 교사의 보람이라 생각하며 추스리지만 퇴근했을 때 맞아주는 찬 바람은 나의 마음을 더욱 썰렁하게 한다. 대문을 열때마다 남편의 따뜻하고 넉넉한 미소와 나를 부르는 아이들의 사랑스런 목소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버리지 못하고 산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몸을 씻으면서 식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신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푸짐한 식탁을 차리려고 시장에 가는 즐거움도 없고 그들의 옷을 다림질하면서 느끼는 애틋한 사랑도 앗겼다. 하지만 가난해져버린 나의 마음을 그들을 위한 기도로 채우고 있다.

이채로운 삶을 살기로 작정하고 떠난 그들의 바람이 성취돼 차가운 세상을 덥히는 작은 불씨로 나타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 큰 만남을 위한 소망때문에 혼자 사는 여자의 외로움은 마냥 초록빛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길광민·전남 여수시 봉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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