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이 엎친데 겹친 꼴로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우선 지난달 31일 미 동부의 대서양 낸터킷 섬 부근에 추락한 이집트항공 990편이 B767_300ER 기종이다. 현재로선 추락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인의 뇌리에 사고기가 보잉 기종이라는 사실만은 각인됐다.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전서는 8일 보잉사가 9월 30일 B767 시리즈 항공기의 수직 꼬리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볼트가 느슨하게 조여진 사례를 발견, 생산공장에 주의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보도해 불안을 고조시켰다.
사고 바로 전날 워싱턴포스트는 보잉사가 80년 군사용으로 만든 B747 기종에서 연료탱크의 과열현상을 조사했으면서도 이를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TBS는 96년 7월 바로 이 기종인 TWA 800편의 공중폭발 사고가 연료탱크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해왔다.
사고 이틀 뒤인 11월2일 보잉사는 조종실 장비에 결함이 발견된 B747, B757, B767, B777 등 네가지 모델 34대의 인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조종실 천장에 부착돼 증기로부터 전자장비를 보호해주는 「드립 쉴드」에 결함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보잉사는 이 결함이 항공기 운항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며 이집트항공 사고기는 다른 기종이라고 강조했지만 일반인에게는 불안할 따름이다.
4일에는 94년 유에스에어 427편 추락사고 유족이 보잉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잉사가 항공사고 사상 최고액인 2,520만달러에 화해키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때 사고기는 B737 기종으로 NTBS가 방향타의 유압식 밸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보잉사는 『항공기 사고란 단시일내에 답이 가려지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우선 답을 알고 싶어한다』며 자신들이 희생양으로 몰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분석가도 『대부분의 항공사고는 기체결함보다는 조종사 실수 등 「사람 요소」가 원인』이라며 『전 세계에서 운항중인 항공기의 85%가 보잉사 제품인만큼 사고기 중 보잉 기종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두둔했다.
97-98년 생산라인의 문제와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생산·판매 감소에다 경쟁사인 에어버스의 도전으로 고전을 면치못하다가 올해 들어 경영회복 조짐을 보여온 보잉사로서는 잇단 악재가 뼈아프기만 하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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