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치지구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살려 쾌적한 주거지역으로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도시계획 지역이다.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시민 모두가 경관을 지킬 수 있도록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건축규제까지 용인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 관광호텔을 지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불을 보듯 뻔하다.정부가 8일 관광진흥 촉진을 위해 서울시내 23개 풍치지구에 관광호텔 신축을 허용키로 한 것은 관광산업과 자연경관을 맞바꾸겠다는 발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박지원 문광부 장관은 특히 종로구 구기동과 평창동을 지칭해 『고도제한 지구 최고고도 제한을 초과해도 건축을 허용키로 서울시와 협의됐다』고 말해 이 곳에 고층호텔 신축을 허가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국립공원 북한산 자락에 해당하는 이 곳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법·편법 건축허가로 지어진 빌라 음식점 등으로 산림이 크게 훼손돼 서울시가 지난 9월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고도제한 지구로 지정한 주거전용 지역이다.
호텔이 모자라 관광진흥을 못한다는 논리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400만명 시대를 맞아 숙박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호텔과 여관의 시설을 개량하고, 일반지역에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시설확충도 중요하지만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교통 안내 등 각종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볼거리 살거리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풍치지구 뿐 아니라, 일부 국회의원들이 설악산, 한라산, 비무장지대등의 개발특별법 제정까지 추진중이라는 소식에는 허탈감을 금하기 어렵다. 호텔, 콘도, 여관, 음식점, 술집이 난립해 국립공원이 놀자판인지 먹자판인지 모를 지경인데 산속에까지 그것들을 짓자는 사람들이 과연 국민의 대표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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