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치닫고있는 여야의 대치국면은 9일 한층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장외집회로 여권을 밀어부쳤고, 국민회의는 단독국회 강행방침과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로 야당을 압박했다.하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내부를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정치복원을 위한 조심스런 모색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그리고 있는 정국 정상화의 얼개는 『정형근(鄭亨根)의원의 빨치산 발언 파문과 언론문건 국정조사를 별개사안으로 분리, 정치적 절충을 하자』는 것이다.
하순봉(河舜鳳)총장은 『정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이미 이부영(李富榮)총무가 「표현이 적절치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말한만큼, 당 차원의 추가 입장표명의 길은 열려 있는 셈』이라면서 『여권도 적정한 수준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매듭짓는 게 현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총장은 또 『언론대책 문건 국정조사 협상에서 명칭·구성·조사기간은 어차피 핵심쟁점이 아니었다』면서 『증인범위도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 충분히 타협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부영총무 역시 『10일 총무회담을 하고 난 다음 추가 장외집회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총무회담에서 정국을 푸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야 할 텐데..』라고 자락을 깔았다. 이총무는 그러면서도 『문제는 저쪽 태도인데, 아직은 여권이 정의원 발언파문의 고리를 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슬쩍 여권에 공을 넘겼다.
정국경색이 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비단 정의원 발언에 대한 여권의 단호한 태도 때문만은 아니다. 언론대책 문건 작성자인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를 상대로 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선 총무회담 자체가 겉돌 수 밖에 없기때문. 당의 한 관계자는 『문기자에 대한 검찰조사 결과가 나와야 여야가 협상이든 뭐든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일단 이번 주는 지금까지의 밀고당기기 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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