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박태준(朴泰俊)총재는 9일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이날 총리공관에서 열린 자민련 의원·당무위원 오찬모임에서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서로를 추켜세웠다. 박총재가 최근 일본 정부로부터 1등훈장인 욱일대수장(旭日大綬章)을 받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김총리가 마련한 자리였다. 공동여당 합당 논란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 여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김총리는 먼저 『당의 총재는 박총재이므로 어떤 경우든 박총재를 정점으로 굳게 뭉쳐야 한다』며 『내년초 당에 돌아가면 여러분과 함께 뒹굴며 박총재를 모시고 조국에 봉사하는 길을 함께 걷겠다』고 말했다. 그는 합당 논란을 의식한듯 『총재께서 최종 결심하면 이 사람도 솔선해서 따를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것이든 소신껏 결심하고 이끌어달라』고 「총재 결정론」을 강조했다. 김총리는 『갑론을박도 정당의 룰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일단 당론화가 됐는데도 거기에서 벗어나면 당원 자격을 가질 수 없다』고 내각제 연기에 반발, 독자노선을 걷는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겨냥했다.
박총재는 『자민련 총재가 된지 만 2년이 됐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괴로움만 드렸다』며 『명예총재가 당에 돌아오면 정치10단의 관록을 갖고 지도해달라』고 말했다. 박총재는 자민련 진로에 대해 『여러분이 많은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결정된 당론에 따라 당세를 확장하자. 자민련은 자민련이란 기치 아래 공동정권의 한축으로 할 일을 다해왔으므로 자민련이 가야할 길을 열심히 좇아가자』며 우회적으로 「합당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합당문제에 대해 두 사람이 교감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 되는 것은 당연하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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