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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 붕괴10주년](4) 동유럽 -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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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 붕괴10주년](4) 동유럽 - 그 이후

입력
1999.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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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정권의 도미노식 연쇄붕괴가 일어난지 10년. 동서 유럽은 이제 지난날의 소모적인 편싸움을 청산하고 하나의 유럽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동구권 국가들이 보여준 지난 10년간의 부침은 장벽 붕괴만큼이나 극적이다. 소련과 동독을 종주국으로 공산권 블럭을 형성하고 있던 주변국 중 몇몇은 유럽연합(EU)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시대적 조류를 타지못하고 내전과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일부 국가는 국가재정의 파탄으로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직면해있다.

동구권 반공산혁명의 선봉에 섰던 폴란드는 지금도 4,000만명에 가까운 인구와 경제력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중부 유럽의 강국이다. 독일 통일의 여파는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인의 삶도 변화시켰다. 베를린에서 폴란드의 접경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90㎞. 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30분가량 달리면 독일의 마르크화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폴란드 국경마을 레그니차에 닿는다. 국경 검문소의 형식적인 검문을 뒤로 하고 폴란드로 들어서면 독일 가격의 절반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장터가 나타난다. 주유소의 기름값이나 담배값은 절반, 콜라나 사이다 등 청량음료는 3분의1 가격이다. 거래되는 화폐는 모두 마르크화. 폴란드 화폐인 즐루티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하루 5,000대 이상의 독일 차량이 국경을 넘어 쇼핑을 하고 돌아간다. 마르크화의 위력이 동구권 국경마을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 내정이 국경지대에서의 거래만큼 순탄한 것은 아니다. 97년 취임한 중도우파 출신의 예르치 무체크 총리는 개혁가속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폴란드는 개혁에 따른 진통과 농민·광부를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시위·소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탈(脫)공산주의의 시대적 조류를 타고 90-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이웃한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지원으로 놀라운 경제변신을 이룩했다. 에스토니아는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의 1차 가입대상으로 협상을 시작했으며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는 내년에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 완전한 EU회원국이 될 뜻을 밝히고 있으나 러시아의 반대를 설득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두개의 국가로 분리했다. 슬로바키아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일삼던 블라디미르 메치아르 총리가 지난해 물러나면서 친EU정권이 들어서 지난해부터 EU가입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체코도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통치하에 지난해 EU가입 협상을 시작한데 이어 3월 나토에 가입했다. 89년 철의 장막을 처음으로 깨뜨린 헝가리는 동구권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며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슬로베니아도 EU가입 최우선대상국 대열에 합류, 변신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 동구권의 빈국(貧國)은 여전히 내전과 불안한 정정으로 국가 파산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레그니차(폴란드)=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콜, 부시, 고르비 등 기념식 참석

냉전과 분단의 상징으로 공산주의의 몰락을 촉발한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을 맞은 9일 독일 전역은 통일의 기쁨을 되새기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독일인들은 그러나 아직 메우지못하고 있는 동·서 갈등의 골을 극복,「미완(未完)의 통일」을 넘어 하나된 독일의 번영을 다짐했다. 장벽 붕괴의 주역이었던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도 기념식에 참석, 통일을 축하했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도 메시지를 보내 독일의 발전을 기원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오후 베를린시의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거행했다. 기념식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볼프강 티어제 하원의장, 그리고 동독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요하임 가우크 슈타지(동독 정보기관) 문서조사위위원장이 연설을 했다. 콜 전 총리, 부시·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도 기념사를 통해 독일 통일과정과 장벽 붕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에 앞서 독일 정부는 7일 고르바초프에게 최고 훈장인 특별대십자 훈장을, 8일에는 부시에게 베를린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10만여명의 젊은이들은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여 기념행사를 갖고 그날의 환희를 다시 만끽했다. 이날 행사에는 10년전 장벽 붕괴 당시 이곳에서 연주했던 러시아의 첼리스트 미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젊은 첼리스트 165명과 함께 연주회를 가졌다. 특히 독일의 세계적 록 밴드 스콜피온스가 「Wind of Change」를 부르자 10만여명의 참석자가 함께 따라불렀다. 행사에 참석한 슈뢰더 총리는 『10년전 여러분은 어린이였지만 89년 11월9일의 저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시 동서 양쪽 사람이 조국 분단의 상징이었던 장벽 위에서 춤을 추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동서 베를린 경계에 있었던 「찰리 검문소」등 베를린 장벽이 서있던 시내 중심가에서는 거리 축제와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독일 방송들은 이날밤 장벽 붕괴 10주년 기념행사를 세계 전역으로 생방송했다.

○…세계 각국에서 축하 사절단도 이어졌다. 예르치 부제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베를린을 방문, 슈뢰더 총리와 함께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 기념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에게 『그토록 짧은 기간에 통일을 달성한 독일 국민과 지도자의 용기와 비전을 존경한다』는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장현규기자

hkjang@hk.co.kr

■장벽붕괴 '운명의 어록'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세계인이 기억할만한 갖가지 명언을 남겼다. 세계 지도자들의 말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본다.

로널드 레이건 미대통령, 『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장벽을 부숴 버리십시오』(87년 6월12일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 『장벽은 그것이 세워진 여건이 변하지않는한 남아있을 것이다. 장벽은 앞으로도 50년, 아니 100년동안도 존재할 것이다』(89년 1월19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소련은 동유럽 이웃의 문제에 개입할 도덕적, 정치적 권리가 없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89년 10월 핀란드 방문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우리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 슬픈 일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매우 슬픈 일들을』 (89년 11월9일)

헬무트 콜 서독 총리,『나는 방금 베를린으로부터 도착했다. 엄청난 사건을 목격하는 것 같았다』(89년 11월10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나는 내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않았다』(99년 11월)

파리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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