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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심상대] 소설집 '늑대와의 인터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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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심상대] 소설집 '늑대와의 인터뷰' 출간

입력
199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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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문학에의 열정을 가졌지만 도무지 안팔리는 한 자칭 천재소설가는 마침내 은행을 털기로 한다. 『총알은 세 발이다. 한 발은 돈이다. 또 한 발은 천재 소설가의 요절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은 감옥에서 이룩한 세계명작 소설이다. 그 어느 쪽이든 후회는 없다』(「문학을 향해 쏴라」중)소설가 심상대(39)씨는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이 대목처럼 은행을 털지는 않고, 대신 자신의 소설집 「늑대와의 인터뷰」(솔 발행)를 냈다. 섬세한 우리말 구사와 빛나는 문학적 정서로 화제가 됐던 첫 창작집 「묵호를 아는가」 이후 사실상 9년만이다. 표제작을 포함한 11편의 단편은 그간 그가 이룩한 문학적 성취를 뚜렷이 보여준다.

광주사태의 한(恨)을 눈부신 서정으로 승화시킨 「망월(望月)」 같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표제작처럼 끈적끈적한 에로티시즘을 바닥에 깔고 진정한 여성해방의 문제를 다룬 소설도 있다. 유부녀가 아파트 안에서 바람 피우다 아들의 신고로 119대원이 출동하는 줄거리의 「백조아파트 119사건」이나 「맹춘(孟春)」같은 세태소설들은 읽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만들기도 한다. 「슬픈 사랑의 전설」은 스승의 부인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애절한 순애보 같은 이야기. 한결같이 확실한 스토리와 정확한 문장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드문 재능이 축적된 한 작가로서의 마무리 고련(苦鍊)』이라고 이번 작품집을 평했다.

「순수문학과 통속문학의 경계를 요리조리 넘나들고, 한국문단이라는 똥통 위를 솜씨좋게 날아다니며 재주를 부리는 몇몇 똥파리 같은 인기작가가 아니라면 정말 살아남기 힘든 시절에는 나와 같은 삼류도 얻어먹을 똥물이 있었다」 고 소설 속 주인공의 입을 빌어 말하는 심씨는 그 입심처럼 재미있는 작가다. 몇번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듯 고교 때부터 14년간 신춘문예에만 40여차례 응모해 모두 낙방, 90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문학계간지를 통해 바로 등단했는가 하면, 2년여 전에는 케이블TV에서 「심상대와 여인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그는 「필명 사건」으로 또 한번 문단을 놀라게 했다. 「필자 SUNDAY MARSYAS. 한국명 심상대」. MARSYAS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이름이다. 피리를 잘 불었던 그는 아폴로에게 도전해 경쟁하다 산채로 죽임을 당한다. 「예술가의 자존심」 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신화를 빌어 자신의 성(姓)을 삼고, 이름은 한국명 상대와 비슷한 SUNDAY로 해서 글을 발표한 것. 그는 『이 시대의 예술가는 감히 신에게도 도전하는 치기와 오만함을 가져야 한다』 며 『더구나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생각할 때 당분간 이 필명을 고수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그간의 축적을 올해 단편집 3권, 미술평론집 1권, 산문집 1권 등으로 묶어낼 생각인 심씨는 「늑대와의 인터뷰」는 한 50만부는 팔릴 것이라고 또 너스레를 떨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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