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시원(始源)은 어디인가. 소설가 윤대녕(37)씨 문학의 핵심적 질문은 이것이다. PC통신 공간에 연재했던 그의 네번째 장편소설 「코카콜라 애인」(세계사 발행)의 질문도 그렇다. 어디에서 우리가 살아있다는 감각, 존재감(存在感)을 느낄 것인가.방송 구성작가 일을 그만두고 「불쑥 늙어버린듯한」 삶을 살고 있는 서른 살의 나는 옛 동료 김PD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연속되는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다. 김PD는 택시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나에게는 그의 오피스텔 열쇠가 남겨져있다. 그의 컴퓨터 파일에는 「코카콜라 클럽」이라는 의문의 카페에 관한 정보가 있었고, 나는 마약과 매춘에 연루된 이 클럽에 소속된 인물들을 찾아 낯선 세계로 뛰어든다.
그러나 윤대녕 소설을 읽는 방법은 이러한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보다 그 등장인물들의 내면심리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시어를 닮은 작가의 섬세한 문장과 그가 그려내는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려보는 길이다. 윤씨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생의 불연속성, 스스로로부터도 존재가 분리된 상처받은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생은 여러 번 기억이 끊어져 있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죽음이 다녀간 것처럼. 그리고 실감나지 않게 생은 또 계속된다. 홍수에 휩쓸려가듯』. 코카콜라 병으로 대표되는 상품이미지에 중독된 세계를 고통스럽게 헤쳐가는 주인공들의 다짐은 『부디 생은 거듭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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