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김태동·金泰東)와 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이어령·李御寧)는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새천년의 국가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 광역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재벌의 은행 소유를 계속 금지하고 제2금융권의 대주주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시했다.송하중(宋河重)경희대 교수는 『주민참여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광역시를 도단위로 편입,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구단위의 기초자치단체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수(金慶洙)성균관대 교수는 『재벌개혁의 핵심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며 『재벌의 은행소유를 계속 금지하는 한편 제2금융권의 대주주도 재무건전성과 부당내부거래 실적 등을 종합평가해 허가하는 자격제한을 둬야 한다』고 제기했다.
임강원(林岡源)서울대 교수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동북아 시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경부축-부산항」과 「서남축-광양항」의 「2축 2항」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서부경인지역-시화-아산-보령-익산-광양항」 등의 서남축은 동북아전략의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우현(曺尤鉉) 숭실대 교수는 『관료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하위직에는 「파트타임 공무원제」를, 상위직에는 「개방형 임용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정일(都正一)경희대 교수는 『사법개혁을 위해 부분적 배심원제와 스웨덴식 선진교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정책기획위원회와 새천년위원회는 이자리에서 21세기 우리나라의 5대 비전으로 다원적 민주주의 역동적 시장경제 창조적 지식기반국가 협력적 공동체사회 아시아 중추국가 진입을 제시하는 한편 이날 토론결과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새 천년을 향한 국가행정: 송하중(宋河重)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21세기의 정부는 「전문가 정부」가 되어야 한다. 지금같은 집권·획일적 정부체제를 업무성격에 따라 다원화하되, 우선 집행부서는 영국·뉴질랜드식의 책임운영기관(Agency)으로 바꾸고, 규제담당부서는 정책·집행부서로부터 독립기관화하며, 상업적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공기업 나아가 민영화한다.
관료의 전문성제고를 위해 획일적 행정고시외에 분야별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상위직급에 대한 개방형 임용제도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장관의 책임행정을 강화하도록 일부 보좌직에 대해선 직업관료 대신 「정책적 엽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대신 유급화하며, 겸직규정을 완화하고 지방경찰청장을 주민직선으로 뽑는등 선출직 공직자 범위도 넓어져야 한다.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해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고, 일부 자치단체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단체의 기능을 강화하는 대신 광역단체의 기능은 조정·지원·연락정도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역시는 폐지해 도(道)산하 자치단체(일본식 지정시 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울특별시는 그대로 유지하되 25개 자치구를 통폐합해 8~10개로 줄여야 한다.
■새 천년을 향한 민주주의: 백경남(白京男)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1세기 한국민주주의의 과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내실화와 참여민주주의의 실천이다.
우선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선 각종 정치적 불공정 요소들이 제거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선거·정당·정치자금 등 정치관련법과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또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비용선거에 대해선 당선무효 및 사법처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이 강화되어야 하고, 여성들의 정치참여확대를 위해 국회나 지방의회에 여선의원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참여민주주의 확대를 위해선 정치활동에 시민참여를 제도화하는 행정절차법개정, 사법활동참여를 위한 배심원제도의 도입, 정보통신발전에 따른 「전자민주주의」도입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21세기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의회제도(대의민주주의)가 발전되어야 한다. 국회의장에 대한 사실상의 대통령 지명제를 배제하고, 의원들에 의한 자유선출과 당적 보유금지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원내표결시 찬성자와 반대자를 공개해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선거제도도 「1인2표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후에는 양원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자체나 사업장에서 시민·지역대표·직장대표등이 토의를 통해 의사를 수렴하는 「토론(Deliberative)민주주의」가 확산되어야 한다.
■새천년을 향한 남북통일: 권만학(權萬學) 경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남북통일은 공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의 경로로 이뤄져야 한다. 공존협력 단계에선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이 필요하며 남북기본합의서 준수와 상호불간섭·상대방의 핵심이익인정등 규칙이 지켜져야 한다. 남북연합 단계에는 무엇보다 남북간 경제력이 축소되어야 하며 평화통일을 위한 군축 및 대외여건조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행 햇볕정책은 지속하되 안보의 희생 아닌 굳건한 안보의 바탕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교류를 증대시키기 위해선 교류·협력창구로 반관반민(半官半民)기구를 설치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평화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평화협정에는 한국전 종결선언, 남북한 우호관계회복, 주변국 평화보장, 협정위반국가에 대한 국제적 제제조치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평화협정체결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한 뒤 이를 모태로 「평화공동체」를 설치한다.
평화공동체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모델로 한, 남북연합의 전 단계이자 이후에도 남북한 군축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군축방안은 병력 보다는 양측 중장비를 50%씩 감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며, 공격형 전력의 축소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북한은 수적 우위, 남한은 질적 우위를 유지하는 형태로 타협을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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