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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24시] "죽지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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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24시] "죽지마, 형"

입력
1999.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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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죽을 순 없잖아… 이대로 무너지면 너무 서럽잖아. 이렇게 물거품 같은 인생이 될거면 왜 힘들게 살아왔어』4일 KBS 2TV의 「영상기록 병원 24시」의 「형(兄)」편 편집작업이 한창인 프로덕션 「제이프로」 편집실. 병상에 누운 형에게 말하는 김남석(24)씨의 내레이션 부분을 모니터하는 김완진 PD는 지난 보름 동안의 기억으로 다시 눈물이 고였다.

소년가장 때부터 남태, 남석 다섯살 차이의 형제가 밟아온 생은 겨울 나목과 같은 고난의 삶이었다. 부모님의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남석. 그에겐 그러나 부모님을 대신한 든든한 형이 있었다. 부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10세부터 소년가장이 된 형은 공군기술학교에 들어가 부산에서 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동생 뒷바라지를 했다. 군복무중 야간대 법학과를 다니고 제대후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그 자신의 꿈도 잃지 않았다. 동생 남석은 96년 중앙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해 형을 기쁘게 했다. 남석은 올초 군제대후 서울 친구집에 얹혀 지내며 아르바이트로 복학을 위한 등록금 마련에 정신이 없었다. 비보는 지난달 11일 전해졌다. 형이 계단에서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남석의 눈물겨운 간병일기가 시작됐다.

사실 이들 소년가장의 사연은 세상에 이미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울렸었다. 공군기술학교에 들어간 형과 떨어져 노인성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강원도 한 어촌에서 단 둘이 살던 남석이 초등학교 6학년때 쓴 수기 「혼자 도는 바람개비」. 그해 소년소녀가장 수기 공모전에서 아동부 대상을 받아 형제의 사연이 TV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91년에는 하명중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각지에서 후원금이 답지했고 대통령의 친서도 받았다.

남석은 이후 중3때 서울의 한 집으로 입양됐고, 할머니는 음성 꽃동네로 홀로 보내졌다. 하지만 이듬해 할머니가 쓸쓸히 돌아가시자 자책감이 커진 남석은 집을 나와 부산의 형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이 형제의 이후 사연을 「병원 24시」 팀이 알게 된 것은 지난달 27일 방영된 「석주를 위한 기도」를 촬영하면서. 형 남태가 같은 동아대 병원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지난달 15일부터 김완진 PD는 6㎜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면서 형과 동생의 병상투쟁을 담았다.

지난달 28일 결국 형은 동생 곁을 영원히 떠났다. 피붙이가 없는 쓸쓸한 빈소에서 김PD가 상주 역할을 했다. 10일 밤 10시 55분 방영예정인 이 프로그램은 「병원 24시」팀이 네번째로 만난 죽음에 대한 기록이다. 10일 밤 10시 55분 방영예정.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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