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한국교포실업가 친목단체가 크리스머스 파티를 열면서 경찰서장을 초청했다. 참석자는 누구나 파티비용 명목으로 복권을 사도록 되어있었지만, 경찰서장을 대접한다고 불러놓고 돈을 받는 것이 결례가 된다고 보고 주최측은 그 서장에게 공짜로 복권을 한장 주었다.그런데 공교롭게도 서장의 복권이 마이애미 왕복 항공권에 당첨됐다. 서장은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했고, 한국인들은 서장의 환심을 산 좋은 파티였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이틀후 교포친목단체 회원들은 그 서장이 보내온 우편물을 받고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파티가 즐거웠다」는 편지와 함께 당첨된 비행기표가 반송되어 왔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기강이나 뇌물문제가 부각될때 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다.
55명의 아름다운 소년소녀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천호프집 화재사건은 법을 어긴 영업과, 뇌물을 받으며 이런 불법을 조직적으로 보호해준 경찰관들의 불법행위때문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맹물전투기 추락사건과 함께 호프집 화재사건은 우리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세계적 토픽거리이다.
이런 사건을 보면서 DJ정부의 개혁이 「물위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의 정부의 개혁프로그램중에서도 공공부분 개혁이 있다. 특히 공무원의 부패를 없애고 청렴한 정부를 만드는 일은 모든 개혁에 우선하는 일이라야 하는데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기본이 흔들리는 셈이다.
DJ정부 사람들은 『이런 사고가 이 정부에서만 생기는 것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물론 옳은 지적일지 모른다. 비행기가 추락하여 조종사가 죽을수 있고 호프집에 화재가 발생하여 수십명이 떼죽음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개혁을 강조하는 DJ정부에서는 접근방법에서 깊은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도 군이나 경찰자체내에서 조사하고 처벌하고 징계하고 수십만 업소의 일제단속을 실시하고 하는 것이 옛날하고 달라진 것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과정이다.
왜 DJ정부는 공직자 부패문제에 정치적 중요성을 두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바로 김대중대통령이 주장하는 시장경제의 게임룰과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패한 사회에서는 시장경제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고치자고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정한 심판자나 관리자로 자리 잡아야 할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업소를 봐준다면 게임은 엉망이 되고 만다.
얼마전에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99년 부패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렴도에서 50위로 작년보다도 더 악화댔다. 우리의 뇌물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더욱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대중대통령은 각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신지식인이라 하여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신지식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신공무원상의 정립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천호프집 화재같은 사건이 날때 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결국에 보면 외양간이 고쳐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공무원의 부패도 여전한 채로 있다. DJ정부가 물정부의 소리를 안들으려면 이번 기회를 공무원부패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얼마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각국의「99부패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가 50위를 차지했다. 작년에 54위에서 더 악화되었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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