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벤샤의 「빵장수 야곱」은 89년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가난한 현자 야곱의 지혜를 잔잔하게 전하는 작은 책이다.야곱은 매일 아침 오븐에 불을 지피고 반죽이 부풀어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종이쪽지에 신과 우주, 삶에 대한 짧은 글을 쓴다. 어느날 야곱의 종이쪽지가 우연히 반죽 속에 들어가 빵과 함께 구워져 팔리는 바람에 그의 비밀이 널리 알려진다. 그 뒤 많은 사람들이 야곱의 빵집으로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야곱의 지혜를 구한다.
그 후 10년, 「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원제 「야곱의 사다리」)이 나왔다. 사람들의 소란스런 관심을 피해 긴 여행을 떠났던 야곱이 마을로 돌아온 뒤 이야기다. 그에게 어린 고아 소년 요나가 찾아온다. 야곱의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손자를 보낸 것이다. 이 책은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겪는 삶의 과정과 마음의 고통들, 그것을 감싸고 치유해주는 따뜻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노아 벤샤는 잠언처럼 짧고 담담한 글을 통해 삶의 지혜를 일러준다. 『삶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 보다는, 우리가 숨겨놓은 것이 오히려 더 많아』 『신이 우리의 두 팔을 길게 만든 것은 서로를 껴안으라는 것』 『신은 우리에게 눈물을 주셨지. 우리의 감정에 물을 뿌려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말이야』 『인생은 앞을 보면서 살아가게 되어있지만,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하게된다. 우리는 배움의 끝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처음부터 진리였던 것을 발견하게 되지』 야곱의 낮은 목소리는 독자의 마음에 긴 여운을 던진다.
노아 벤샤는 시인이자 철학자, 명상가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야곱처럼 세계적인 제빵회사 뉴욕 베이글을 운영하고 있는 빵장수이기도 하다. 류시화 옮김. 김영사. 6,900원.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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