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이 「부정부패」의 밑자리를 그대로 깔고 앉아서는 선진국 대열 진입은 꿈일 뿐입니다』 투병중인 전직 고위관료가 병상에서 공직자들의 자세를 질타하는 책을 펴냈다.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차관을 지낸 이두호(李斗頀·62·사진)씨는 7일 발간한 「공직자 명심보감 10대덕목」이란 소책자에서 『공복(公僕)의식이 공직자들의 몸에 배어있다면 비리니, 부패니 하는 부끄러운 용어가 어떻게 끼어들겠느냐』고 지적했다.
당뇨 중풍 망막파열 등 갖가지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씨가 펜을 든 이유는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공직자 비리가 끊이지 않고, 대형 사건이 터질때마다 업자와 공직자의 비리 커넥션이 드러나는 현실이 개탄스러웠기 때문.
이씨는 특히 재산변동등록때마다 수천만원 이상씩 재산이 불어나는 정치인, 관용차를 자기 것으로 여기는 고관및 부인들, 친인척의 비리를 방조하는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를 지적하며 『공직자란 모름지기 공사의 구분이 극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화재사건으로 공직자들의 뇌물수수가 속속 드러나는 것도 공인을 망각한 사인(私人)의 마음이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공직자들의 업무수행에도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행정은 전쟁이나 정치가 아닌데도 많은 공직자들이 권모술수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든다는 것이다.
부단한 창의적 노력, 깍듯한 예의범절, 청렴검소한 사생활, 돈독한 위계와 신의, 떳떳한 기품 견지 등도 그가 제시한 공직자 10대 덕목들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시 1회로 국방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보사부로 옮겨 기획관리실장 차관 등을 거쳤다. 83년 의료보험 파동당시 의보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정보기관에 끌려가 3일동안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일화도 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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