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가 문건을 입수한 경위와 관련, 진술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이기자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복사본을 갖고 나왔다』고 밝혔으나 검찰에서는 「원본」을 갖고 나왔다고 주장했다가 최근에는 「복사본」이라고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 주변에선 이기자의 진술이 이처럼 번복되는 배경에는 당초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를 보호하려 했다가 검찰의 추궁에 결국 사건의 실체를 털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기자가 복사본을 갖고 나왔다고 주장할 경우 원본이 이부총재에게 있는 셈이 되고, 이부총재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그러다 원본을 찢어버렸다는 이기자의 말은 기자의 속성상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검찰의 추궁에 결국 복사본이라는 사실을 자백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기자가 실제 원본을 훔치고도 진실이 밝혀질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도덕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부총재측은 이와관련, 『이기자는 지난 6월28일 이부총재실에서 전화를 쓰다 문건을 발견, 처음에는 몇장을 복사하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자 재빨리 복사본과 원본을 주머니에 넣어 함께 갖고 나갔다고 털어놨다』며 『원본 작성자를 알면서도 문건의 가치를 높이려고 실체적 진실을 숨긴 「원죄」가 있어 진술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기자의 진술 번복은 검찰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과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를 상대로 정확한 문건작성 및 전달경위 등을 조사할 때 비로소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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