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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다른식으로 문제풀면 선생님 화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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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다른식으로 문제풀면 선생님 화 벌컥"

입력
199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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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 방법으로 문제를 풀면 화를 내고 인정하지 않으셨어요』중학교 2학년 나이인 엄성민(14·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사진)군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프랙탈 수학이론을 공부하고 한성과학고에서 개별교육을 받으며 물리학에도 흠뻑 빠져 있다.

성민이는 지난 6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과학 창의력·문제해결력 검사에서 「더이상 점수를 부여할 수 없음」평가를 받은 천재.

하지만 성민이에게 초등학교 시절은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다. 언제나 혼자였고 「미운 오리새끼」였기 때문이다. 7살 때 어머니 이숙경(李淑京·40)씨가 포기한 「블랙홀」관련 서적을 읽어낸 성민이에게 초등학교 수업은 견디기 힘들었다.

친구들은 이상한 아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성민이의 질문에 당혹해 했다. 결국 성민이는 97년 4월 초등학교 6학년을 마지막으로 정규교육과정을 떠났다.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성민이는 두살 어린 경훈이 이야기를 꺼냈다. 경훈이 역시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검사에서 천재 판정을 받았던 동생. 『경훈이도 친구들과 학습진도가 맞지 않아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다 학교를 여러 차례 옮겨다녔대요. 우리는 조금 다를 뿐인데 선생님도 친구들도 잘 몰라줬던 것 같아요』

성민이는 현대물리학의 기초가 된 고전역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비록 수정될 부분이 있지만 한번 연구해 볼만 하거든요』

13살짜리 소설가 김현규(金炫奎·마포구 서교동)군도 학교에서 내몰린 제2의 에디슨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앞으로 6년을 더 다니다가는 폭발할 것 같았어요』

제법 어른스럽게 말을 하는 현규는 98년 2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장편 환상소설을 써 직접 PC통신에 올리는 지능지수 157의 영재다. 현규의 초등학교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4학년에서 6학년으로 올라갔는데 6학년형들이 따돌리고 괴롭혔어요. 친구도 없고 외로웠어요』 김군은 중학진학 대신 학원을 택했고 1년만에 고입검정과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최연소 합격했다. 『하루종일 교실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구요 외우게만 하는 공부도 싫었어요』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영재교육] 영재방치...전문교사도 태부족

『몸에 맞는 옷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영재교육의 실태입니다』

우리 사회는 숨어있는 영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찾아낸 영재는 방치하고, 길러낸 영재에겐 갈 길을 가라고 한다. 영재들에게는 능력에 따라 차별화된 교과과정과 교수학습으로 이뤄진 「맞춤교육」이 절실하다.

하지만 영재판별도구나 전문교사가 부족한데다 영재를 조기에 발굴할 사회적 장치도 없다. 영재들은 오히려 이상한 아이로 몰려 외톨이로 지내거나 심하면 집단따돌림 대상까지 되고 있다.

현재 이뤄지는 영재교육은 전체 초등학교의 7.4%인 202개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과후 영재반과 교육청 주관 지역공동 교육 과정, 12개 대학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센터가 전부.

하지만 교육청 주관교육은 연 예산이 1,000만원에 불과하고 교육청과학실이나 일반학교 과학실에서 90%이상의 교육이 이뤄져 시설 및 설비가 낙후돼 있고 대부분 비전문 일반교사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정규교육과정을 조금 빨리 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과학고 역시 존폐기로에 서 있다. 『제도권내 과학 영재교육은 과학고에서 이뤄지지만 대학입시 때문에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재단 관계자는 『영재성 계발시기가 고교에서야 이뤄지는 것은 너무 늦다는 점, 입학때 중학교 전과목 학업성적에 의존한다는 점, 전국 3,664명의 과학고생들간의 능력 수준 및 관심분야에서의 극심한 개인차를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능력에 따른 차별화교육과 목적지향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영재교육연구소와 과학영재학교를 설립하고 국회에 계류중인「영재교육진흥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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